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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Nov 05.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하기

운동이 부끄럽고 무섭고 그럼에도!

일요일 오전에 운동 수업에 다녀왔다. 평일이나 주말이나 나태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주말은 마음껏 노는 날’로 정한 내가 운동하러 갔다니!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주 2일 운동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고, 둘째, 운동 다녀오면 쓰작 글감 ‘운동’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서 집밖을 나가기가 싫었지만, 오늘 운동이 ‘Heated Sculpt’라고 해서 살짝 기대  됐다. 우리집보다 운동 스튜디오가 더 따뜻할 것 같았다. 

 

요즘 스튜디오에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자리 경쟁이 심한데,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딱 한 자리만 남아 있었다. 오른쪽 앞 모퉁이, 이동식 히터 바로 옆에서 운동을 해야 했다.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불어 왔다. 얼굴이 메마를까 봐 걱정되어 요가 매트를 약간 뒤로 옮긴 후 요가 근력 동작을 따라했다.

 

오늘 따라 상급자들만 온 것인지, 자세를 취하는데 나만 비틀거렸다. 부끄러워서 발바닥에 힘을 꽉 주고 안간힘을 다했다. 운동하면서 남을 의식하는 나를 의식하면서 기분이 별로였다.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며 유연하게 동작을 펼치는 상급자들을 옆에 두고 스튜디오 구석에서 겨우 동작을 흉내내고 있으니 무척 외로웠다. 그래도 스튜디오가 따뜻해서 땀이 나는 건 흡족했다. 

 

내가 운동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부끄러움 때문이다. 뭘 해도 늘 남보다 한참 뒤쳐졌다. 꼴찌를 넘어, 바로 앞 등수와도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꼴찌였다. 달리기 경기에서 결승선까지 혼자 남아 달릴 때, 뜀틀을 뛰어 넘지 못해 혼자 그 앞에서 멈춰 서야 할 때, 날아오는 공을 받지 못할 때, 혹은 무서워서 피할 때.... 혼자 그렇게 우뚝 서서 창피를 당할 때의 고통과 좌절이 무서웠다. 아무도 나를 비난하거나 약 올린 적이 없었지만, 내가 남과 다른 존재라는 게 그렇게 싫었던 것 같다.

 

운동을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운동하다 크게 다칠까 봐, 죽을까 봐 무섭다. 신체적으로 연약한 탓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두려움이 큰 것 같다. 건강염려증 수준도 일반인보다 높은 편이다. 늘 몸을 사리면서 생존했다. 자전거를 못 타는 이유도 이런 이유다. 운전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 그 자체다.

 

지난 2년 동안, 별것 아닌 간단한 근력 운동을 하면서도 여러 곳이 탈난 경험이 있다. 발가락을 접질려서 육 개월 넘게 고생했고, 손목과 손가락이 말썽이라 또 육 개월 넘게 고생했다. 그러니 운동할 때마다 다치지 않으려고 조심해야 하는데, 이게 또 은근 스트레스다.

 

겁 많은 내가 싫지만, 그렇다고 이런 나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운동이 정말 싫다.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운동을 해야 할 나이라서 억지로 하고 있다, 살살, 조심조심. 운동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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