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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Nov 06. 2024

맛없어도 맛없다고 불평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개선하고 싶은 내 모습 / 쓰작_함께 글쓰기

쇼핑몰 가는 길에 ‘한국 뷔페식당 오픈 예정’이라는 현수막을 달고 있는 빈 상가를 보았다. 새로 오픈하는 식당이라고 하니 궁금했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런 나와 반대로 남편은 새 식당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도대체 문을 언제 여냐며 궁금해했다.


지난 일요일, 남편이 드디어 그 식당이 오픈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식당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KPOT KOREAN BBQ & HOT POT’이라고 했다. 뭐야, 이건 한국 뷔페식당이 아니잖아! 중국 식당 냄새가 났다. 가면 실망할 게 뻔했다. 잠시 고민했다. 지금 가면 런치 가격일 테고, 27불에 고기라도 실컷 먹으면 본전 뽑겠다는 계산에 남편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또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나쁠 게 없었다.


오후 2시 30분쯤 식당에 도착했다. 그 큰 식당에 손님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식당 직원들이 자기네들끼리 중국말로 대화했다. KOREAN BBQ를 내세우고 있지만, 역시, 예상대로 중국 식당이었다.


주말이라 런치 가격이 아닌 디너 가격만 적용된다고 했다. 1인당 37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배가 작아서 많이 먹지 못한다. 딸도 대충 배만 채울 정도로 먹고, 몇 시간 후 배고프다고 짜증 낼 게 분명하다. 경험에 지불하는 돈 치고 세금 포함 45불이면, 비싼 편이다. 그래도, 일단 고기 구워 먹는 맛을 즐기기로 했다. 열심히 먹어 보자고 의욕을 앞세웠다.


음.... 이 맛이 아닌데. 맞는 듯 아닌 이 맛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것은 순전히 내 선입견에서 나온 차별인가. 양념 소갈비가 아주 달았다. 삼겹살이 쫀득한 건지, 물컹한 건지 헷갈렸다. 고기를 씹는 느낌이 아니었다. 양념 문어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그나마 닭갈비는 맛있었다. 밥알이 푸석푸석했고, 참기름에서는 고소한 내가 하나도 나지 않았고, 쌈장도 그 쌈장이 아니었다.


불평거리가 레이다에 하나둘 잡혔다. 안 돼! 불평거리를 차단했다. 불평을 줄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을 때 내 표정이 어땠을지 나는 모른다.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불평을 싹둑 잘라냈다. 만족한다고 최면을 걸면서 고기를 먹었다.


그러나 내 내면 연기가 겉으로는 통하였을지 몰라도, 결국 나 자신을 스스로 납득시키지는 못했다. 밥 먹는 동안 화장실에 두 번이나 가야 했다. 과민대장증후군을 동무로 삼고 있는 내 배는 탈이 잘 난다. 음식이나 음료가 원인인 경우도 있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주로 식사 후에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되는데, 이처럼 식사 중에 화장실을 찾게 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도대체 왜!


음식이나 물에 민감 반응을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억지로 괜찮은 척 연기했던 게 스트레스로 작용했기 때문일까? 그냥 평소대로 남편 앞에서 맛없다, 이상해, 별로야, 이런 불평을 마구 토해내야 했던 것일까!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시도한 결과가 배탈이라니, 아주 속상했다.


남편은 불평하는 법이 별로 없다. 맛없는 음식도 군소리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내가 요리한 음식 맛이 이상해도 맛있다고 칭찬한다. 나는 반대로, 남편의 요리가 짜면 짜다고 말하고, 느끼하면 느끼하다고 말하고, 달면 아주 달다고 얼굴을 찌푸리며 항의한다. 

이런 태도는 요리뿐만이 아니다. 남편의 삶에는 평정심과 너그러움이 있다. 화를 내야 마땅할 일에도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언제가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불평하는 건, 그냥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뿐이야. 맛없는 걸 맛없다고 말하는 게 뭐 어때서?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그걸로 끝. 이게 나를 화나게 하거나 그렇진 않아.’ 그러나 남편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는 내 부정적인 말이 거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정적인 말을 덜 쓰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 봐도 눈에 훤하다. 말로는 맛있다고 하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고기를 굽고 씹고 했을 내 모습. 남편도 분명 내 속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던 내가 웃기면서 짠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 나는 불평하는 태도를 개선하고 싶다. 그렇다면, 가짜 연기를 계속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급하게 화장실에 가야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언제까지? 태도가 개선될 때까지? 진심으로 불평이 줄어들고, 평정심과 너그러움이 생길 때까지?


아.... 고민이다. 나는 솔직한 게 좋은 사람인데. 그래도 그 솔직함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면 개선해야 하는 게 맞는데. 내가 완전히 바뀌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그냥 솔직하게 살면 안 될까? 일단, 좀 더 시도는 해 봐야겠다. 


먼 길에 나설 때면, 늘 지사제를 챙겨가는 내 인생이 웃기면서 슬픈 코미디 같다. 그래도, 그럭저럭 산다.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고, 어떻게든 다 고민이나 불편함 몇 개 정도는 안고 사는 게 아닐까.


쉽지 않은 도전인 불평 줄이기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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