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이유도 없었지만
왜 더는 솟아날 수 없는 몸이 되었을까
길에 서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사람들
저마다의 환호성을 지르며 하얗게 물들이는 눈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걷는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미움받을 수 있나요
얼어붙은 몸 위로 부주의 한 걸음이 겹쳤을 때
어째서 나는 눈이 아니라 분노한 발이 내리 꽂혔을까요
눈과 고드름
위에서 내려오는 것들에겐
시선이라는 게 그토록 쉬운 걸까
까만 밤이면 두려운 공터에 들러붙어
도로의 조명에 빛나는 것들이 부러워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도 미끄러지는 몸으로
더욱 단단히 굳어진다
어차피 돌아보는 시선이 모두 분노라면
차라리 명분 있는 분노가 더 괜찮아
내리는 눈을 덮고 대지에 은밀히 잠복한다
내 이름은 빙판입니다
저를 스쳐가는 모두 저라는 늪에
미끄러져 한바탕 크게 다치고 욕을 뱉으세요
더는 기대하지 않을 테니 제게 가장 익숙한 시선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