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똑같은듯한 하루였다. 머리로는 모두 다른 하루라고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도저히 다르다 받아들일 수 없는 하루들이 앞뒤로 늘어져 있다. 이 도저한 권태에 대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말하면 여행을 가보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마다 별 다른 말은 안 했다. 어차피 나는 또 같은 권태에 묶인 채 흘러갈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인생은 어쩌면 나라는 막대기의 지름만큼만의 원운동이 아닐까 싶다. 둥근 원 속에 각기 다른 색의 하루를 섞어도 결국 위에서 보면 원일뿐이다. 각자 다른 이름의 권태를 가지고 있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권태의 본질을 본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권태롭다는 자기 암시에 빠져 지루한 원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인생은 도대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저마다 다른 의미의 가치를 찾고 기대어 살아간다지만 나는 도저히 남은 내 삶을 지속시킬만한 가치를 찾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내일이면 내게도 어떤 다른 모양의 희망이 나를 탈출시켜 줄 거란 기대를 품고 일어선다. 아직까지 삶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나를 쓰러뜨리진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