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비둘기

by 연지한

행복이라는 단어가 슥 스쳐 지나간다
각오의 계기가 단순하다

길을 잃은 무직의 오후
사거리 교차로에 서있는 검은색 사내
신호등 좌판 앞에 흰 비둘기

노인이 뿌리는 모이에 몰리는
잿빛 비둘기 사이 흰 비둘기

어쩌면 조금 달라도 되는 건가
비둘기는 모이를 쪼아 먹고
나는 이 비둘기의 상징이 평화인 것을 떠올린다

멀리서 엄마 손을 뿌리 친 아이가
비둘기들 사이로 소리 지르며 달려든다
흰 비둘기도 함께 하늘로 솟구친다
모이부터 활공까지 뭉뚱그려진 평화

날아가는 흰 비둘기를 바라보다
초록불 신호등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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