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의 밤

by 연지한

해가 지고 어젯밤에 나는 조개였다
바닷속 가장 낮은 곳에서
한 움큼 모래를 입에 머금은 조개였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진주를 기다리며
껍데기 위를 스치는 낯선 시선의
물고기들을 애써 외면했다

가끔씩 파도에 휘말려
나조차도 잃어버리며
처음 보는 바닷속에 앉아
나는 어디에 묻힐 수 있냐고 물었다
겨울의 바다는 모질었다

닫힌 껍데기 틈새로
떠나가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수면 위의 새들의 기분
나의 밤은 나조차 휩쓸린 해류에도
나의 곁에 머물렀다

깊고 깊은 나의 바다
밤 마저 떠나간 아침
그 속에서 나는 조개였다
텅 빈 껍데기 속 낮게 몸을 추스르고
조개의 밤을 파먹는 물고기들을 피하며
껍데기 위 마르지 못한 새벽 이슬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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