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브런치에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처음 들었던 감정은 얼떨떨이었다. 재작년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낙방의 고배를 수없이 마셨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쓰고 싶었고 연재하고 싶었다. 하지만 ‘브런치스토리’와 방향이 맞지 않는 글들이 난무했을 테니 불합격의 통보는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아이를 낳고 기르며 매 순간 드는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도전했다. 그리고 받은 합격 메일.
나는 항상 상상한다. 합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고대하며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막상 합격의 통지를 받으면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내 인생, 합격의 순간을 마음껏 누린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처음부터, 바로, 한 번에 잘 풀리는 상황은 절대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실패하거나 좌절할 때마다 나는 나를 부정하고는 했다. 내 실력에 끊임없는 의심을 하며 나를 모질게도 밀어붙였다. 크고 작은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나를 무한히도 괴롭혔다. 특히 고시공부 하던 시절은 나의 몸과 마음이 참 무너져 있었다. 버틴다고 말하면 나를 불쌍히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럼에도 ‘될 때까지’ 모토는 지속되었고 결국은 원하는 바를 손아귀에 쥐어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너무나도 못살게 굴어서 그런 걸까? 합격한 순간에도 마냥 즐겁지 못했다. 합격은 내가 머저리가 아니었음을, 나를 증명하는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나는 그렇다. 매번 실패의 연속일 때면 나는 또 내 실력에 의심부터 가한다.
시간이 꽤 지난 후에 돌이켜보면 내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방향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온갖 모진 말로 채찍질하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나를 멈춰 세우고 힘껏 안아주고 싶다. 나를 부정하거나 몰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해주고 싶다. 나 자신을 온 정성 다해 아프게 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제는 한 번씩 그 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다. 오로지 나의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으니까. 지독히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들이었다. 육아로 인해 쫓기듯 먹고, 쫓기듯 씻고, 쫓기듯 잠을 청해야 하는 생활이다 보니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이래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삶이 막막할 때마다 한 발짝 물러나 있어 보자. 비극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희극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