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달간 독일 생활을 하며, 참 무엇하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하는 영어 업무는 아직 낯설었고, 독일어는 아직 읽기조차 어렵다. 4월 2일 독일에 입국하고 생활한 지도 어느덧 2달이 다되어 간다. 아직 낯선 나라에서의 삶은 어제도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Frankfurt 중앙역 시계>
지금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출장을 마치고 슈투트가르트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제 DB(도이치반: 독일 기차)는 나름 익숙해졌다. 이번주는 프랑크푸르트로 함께 출장온 인도 동료와 각각 다른 프로젝트로 파견되어 일주일을 보냈다. 같은 숙소지만, 다른 현장으로 파견을 나갔다. 이번주 내내, 새벽에 출근을 하고 6시쯤 각자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우리나라와 인도가 여러모로 닮은 것 같이 느껴졌다. 치열하고, 성적에 치여 경쟁하는 교육 시스템이나, 워라밸보다는 워크에 여러모로 시간을 많이 쏟는 시스템도 유사했다. 동료가 '나는 외동아들이라, 독일에서 생활을 하다 결국 인도로 돌아가서 지내야 한다'라는 말에서 인도도 여전히 개인보다는 가족적인 문화가 강하다는 면에서 동질감 아닌 동질감을 느꼈다.(나도 외동이다.) 또, 우리나라에는 과거에 있던 문화이긴 하지만, 정략결혼이라는 문화가 존재하고, 요즘은 결정사를 통해 결혼하는 문화는 인도에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동료는 인도로 3주 휴가를 가서, 정략결혼 상대를 만나고 결혼까지 유부남이 되어 돌아왔다.)
비슷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와서 타지 생활을 하는 동료에게서 동질감도 많이 느끼지만, 다름도 많이 느낀다. 이번 출장 내내 일을 마치고, 내 방문을 두드리며 'Hey, Jae. How was everything today? Me? Everything was good!'을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동료에게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걱정을 한다. 'Everything done today is today. Everything tomorrow is tomorrow(오늘 일은 오늘 일이고, 내일 일은 내일 일이야)'라고 여유 있는 대답을 하는 동료에게 많이 배운다.
사실, 나는 아직 여기서 함께 지내며 보는 많은 독일인들처럼 그리고 함께 출장 온 인도동료처럼 워크 앤 라이프 가 분리가 잘 되는 것 같진 않다. 업무의 스트레스가 생활에 오기도 하고, 생활하며 지내는 스트레스가 업무에 닿기도 한다. 똑똑한 사람은 그런 분리가 잘 된다고 하던데, 아직 스스로 똑똑하지 못한 것 같다. 스스로 여유롭지 못하니,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사실, 아침에 "잘 잤어?"라는 질문에 항상 "이래서 못 잤어, 저래서 못 잤어"라고 말하는 것도 내 여유롭지 못한 생각 때문 아닐까 싶다.
여유롭지 못한 생활을 보내던 중, 지난주에 한국에서 온 좋은 사람들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었다. 다사다난한 여행이었고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정말 편안하고 '쉬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태껏 편안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쉼'이라고 생각했던 터일까? 여자친구도, 친구도 없는 낯선 이곳에서의 '쉼'이라는 게 아직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쉬지 못해 여유롭지 못한 건지, 여유롭지 못해 쉬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둘 다 잘 이루어지지 않은 두 달 같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
행복을 좇는 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다. '쉼'을 굳이 서둘러 쫓지는 않겠지만, 독일이라는 아직은 낯선 곳에서 잘 쉬는 법을 스스로 자연스럽게 잘 찾아갈 나를 믿어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잘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