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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된 사람 Feb 15. 2022

아홉 살 인생

아프냐 나도 아프다

엄마~!

꾸맹이가 죽었어...


커피물이 끓어 부으려던 찰나, 아이의 절규가 들렸다. 

방으로 가보니 한 손에 키우던 도마뱀을 들고서는 작은 온몸을 들썩이며 울고 있다.


자동차와 공룡을 거쳐 곤충에 이르더니 작년부터는 파충류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모은 용돈으로 레오파드 게코 도마뱀을 한 마리 분양받았다. 나는 생명체를 택배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내 생애 파충류를 집에서 키우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택배로 도마뱀을 받았고, 너무 작고 귀여워 꼬맹이라 하고 싶지만 흔한 이름이라 '꾸맹이'로 지었다며 전화기를 뚫고 나올 기세로 행복을 전했다. 그렇게 꾸맹이는 아이의 동생이 되었다.


꾸맹이를 돌보는 비용이나 수고에 나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살아있는 장난감으로 대할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먹이, 칼슘 샌드 등 꾸맹이를 돌보는 데에 필요한 물품은 아이가 자신의 용돈을 모아 샀다. 꾸맹이의 고향이 보고 싶다고 부탁하여 가을에는 분양받은 가게를 직접 가보기도 하였다.


돌보는 시간이 쌓여가는 만큼 인연의 소중함도 깊어져 갔다. 

인연을 끊기가 더 어려워


내가 잘못 돌봤나 봐...


아이는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못해 꾸맹이가 도마뱀의 평균 수명에 훨씬 못 미치게 살다 간 것이라며 자책하였다. 나는 자책하는 아이에게 정성과 수고를 들여도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있기도 하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꾸맹이의 일도 그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하나씩 꾸맹이의 장례를 치렀다. 

더 많이 찍어놓지 못해 아쉬운 사진을 찍고,

꾸맹이의 묘비를 만들며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는 울기도 하다, 나에게 안겨있기도 하였다.


묘비를 만든다며 앉아있는 아이를 보니 며칠 전, 반려견에게 물려 치료 중이라 붕대를 감은 오른손이 더욱 아린다. 내가 천번백번을 자책하여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는 지금 해야하는 가장 최선을 시행해야 했다. 반려견 도리와는 격리를 결정하였다. 정이 들 때로 든 아이는 도리가 미우면서도 도리를 다시 볼 수 없어 울다 잠이 들었다. 


그러던 오늘, 꾸맹이마저 떠나보낸 것이다.


마당 한편에 꾸맹이 작은 무덤을 만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나: 인연을 맺는 게 참 어렵다.. 그지?

아이: 인연을 맺기도 어렵지만, 인연을 끊기는 더 어려워.


아이는 작은 무덤 둘레에 돌을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일찍 뜬 보름달을 보며 꾸맹이의 명복을 빌었다.

치료의 아픔도, 애도의 슬픔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너의 아홉 살 인생을 함께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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