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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된 사람 Mar 20. 2024

경수야, 네 잘못이 아니야!

나를 움직인 대사 한줄 <오월의 청춘>


1. 봉길이가 끌고온 역주행


16주년 결혼기념일. 

 아이는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용돈을 모아둔 틴케이스를 열어 재산의 절반 14000원을 주었다.

"엄마아빠 선물로 뭐하면 좋을지 고민했는데, 잘 됐다. 가서 팝콘 먹으면서 영화봐."


작은 세레모니로 읍내 영화관으로 <파묘>를 보러 갔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팝콘과 본 영화라서 그런지,  <파묘>를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전통굿, 풍수지리와 버무린 일본과 얽힌 한국근현대사를 미스터리로 엮어낸 이야기가 배우들의 내공있는 연기로 몰입감을 더했다. 


캔버스화를 신고 신들린 굿을 하는 화림의 섹시함도 압도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코!

리듬타듯 북을 두드리고,  온몸을 불경으로 뒤덮은 봉길은 정말!

돌아온 나는 어느새 봉길, 이도현을 검색 중.



2. 피할 수 없는, 사라질 수 없는 그날


나는  한국근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을 보는 것이 매우 힘들다. 

꼭 <서울의 봄> 심박수 챌린지가 아니더라도, 직접적인 해당 역사적 사건의 관련자가 아니지만, 

주체할 수 없는 속울음이 터져나온다.


개인의 서사를 피해자에 대입해서인지, 시대적 울분에 공감하는 것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별로 정의롭지도, 사회활동에 적극적이도 않은 사람이다. 왜... 그럴까?


일단 역사적, 사회적 감수성 또는 공감력이 민감한 것으로 해두자. 


심리적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예민할 때는 역사물, 사회물은 되도록 피하였다.

오월의 광주를 다룬 이야기는 더욱이...




3. "선, 위선, 최선"


봉길이 따라 나섰다가 <오월의 청춘>을 순식간에 정주행해버렸다.


"김경수, 넌 선한 사람아니야.

애초에 선한 사람같은 건 없어.

매 순간 최선을 선택할 뿐이지.

근데 넌 그 선택을 남한테 미루지는 않잖아.

그건 선한 게 아니라 강한 거야.

난 네가 강해서 좋은 거고."

<오월의 청춘> 10화 선, 위선, 최선 中 청년 희태가 청년 경수에게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시대를 지배할 때, 우리 모두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다.

없는 듯 살아가려 발버둥쳐도 태풍이 휘몰아치는 시대의 여파는 크든 작든 간에 흔적을 남긴다.

때로는 완전히 존재자체를 덮쳐버리도 한다.


1980년을 살아간 오월의 청춘들은 

자신을 관통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자기의 최선으로 시대를 버텨내고 지나왔다.

그 터널의 끝에 누군가는 파괴되고, 사라졌으나 

청춘들의 최선은 오롯이 다음 역사의 희망이 되었다.



40년이 훌쩍 지나, 희태 앞에 선 경수는 선량한 눈빛만큼은 여전하지만 그의 몸과 생활은 오월의 기억으로 파괴되어있었다. 

하지만, 경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다. 

(스포라서 더 밝힐 수가 없네요.)





추신


모든 오월의 청춘들과, 

여전히 오월 속에 살아가야하는 분들과

오월을 품고 살아내야 하시는 분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그대들에게 평안과 위로가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네이버 블로그<공부하는 농부>에도 같은 글 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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