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9일 금요일
어제 “철학과 나와서 뭐해요?”라는 브런치 글을 발행하면서 이 글에서 말하는 ‘나에게 집중하기’를 사용해 보았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집중하는 것이며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나는 글과 그림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로 적용해 보았다. 그리고 정말 솔직하게 “아니요”가 나왔다.
큰일이었지만 속은 시원했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다니. 그래서 나는 왜 내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에 집중했다. 그건 성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었다. 성공할뻔한 실패한 데이터도, 그저 그런 데이터도 별로 없으니 난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데이터가 없어서 그런 거라면 쌓으면 되는 거였다. 나는 한 번에 성공하고 싶어서 성공할만한 글과 그림이 나오기 전에 쓰고 그리는 걸 무서워했다. 왜냐하면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글과 그림을 보면 실패자가 되는 것 같아서. 실패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서이다. 그래서 퇴사를 한 후에도 며칠 동안은 한 단어도, 한 줄도 못 그렸다. 무서워서. 그 실패가 평생의 실패가 될 것 같아서.
그런데 성공할 수 있는 데이터들은 결국 많은 실패들로 이뤄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도 많이 해야 성공할 수 있겠다, 실패한다고 나의 인생 전부가 게임오버 되는 게 아니라 실패가 쌓여야 성공이라는 문을 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 실패라도 해야 기록이 쌓이지 않을까. 안 하면 ‘0’이지만 실패하면 기록이라도 남는다.
지금 나에게 실패라도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도전한 횟수가 적어서 내가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실패를 많이 해보려고 한다. 실패를 많이 해서 점점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요 이틀간 글도 그림도 그냥 쓰고 그렸다. 막 그럴듯한 문장이 나오지 않아도, 주제와 결말이 나오지 않아도 일단 쓰고 그렸다. 지금의 나에겐 완벽한 것이 필요한 게 아니라 세상에 한 줄이라도 남기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이런 것에 집중하다 보니 완벽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예술엔 완벽은 없고 공감이 있구나, 모든 사람들을 100% 만족시키는 것은 없다, 그저 내 취향이냐 아니냐로 갈릴뿐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말을 봤다. ‘완벽은 없다, 완성했냐 아니냐만 있을 뿐.’ 그래서 나는 아무리 구린 글이라도, 나의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일단 완성시키는 것에 집중하자고 결심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생각이 바뀌니 실패 같은 작은 성공들이 쌓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