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겨우 김한장 때문에"

밥상 위에 놓인 마음의 온도에 대하여

by 박주현

어떤 학문은 인간의 뇌를 연구하고, 어떤 학문은 행동을 분석한다. 그런데 나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진하게 회상시키는 학문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확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이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먹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이 허해서 먹는다. 어떤 음식은 기억 속 누군가를 소환하고, 어떤 맛은 한 시절의 풍경을 통째로 불러낸다. 뜨거운 국물에 어깨를 내리고, 조심스레 씹는 반찬에 마음을 얹는다. 그렇게 음식은 몸을 채우는 동시에 마음을 데운다.

나는 지금 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식품 소비 트렌드를 연구하며, 마케팅 현장에서 소비자의 감정 데이터를 마주하고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내가 계속 들여다보는 건 '사람의 마음'이다. 왜 이 제품을 고를까? 왜 이 맛에 끌릴까? 왜 먹는다는 행위에 위로를 느낄까?

어느 날, 한 학생이 말했다.
"교수님, 저는 밥을 먹으면 엄마 생각이 나요. 싫었던 날에도, 엄마 밥은 짜증나게 행복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확신했다.
사람의 기억에는 감정이 붙고, 감정에는 음식이 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마음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공부한다.
이 학문은 영양소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회상하게 하는 공부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엄마의 손맛을, 혼자였던 저녁의 쓸쓸함을, 함께였던 식탁의 웃음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그 마음들을 연구하고 싶다. 그리고 기록하고 싶다.
밥위에 놓인 겨우 김한장이, 누군가에겐 눈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음식을 공부하며 사람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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