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드는 순서

내 가까이 있는 것들

by 쵸코 아빠

우리는 보통 겉모습부터 바꾸려 한다. 그러나 삶을 돌아보면, 나를 오래 남게 만든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동호대교 남단, 압구정길을 지나다 보면 건물마다 성형외과 간판이 빼곡하다. 한 블록을 지나는 동안 수십 개의 병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 많은 병원들이 과연 다 채워질까 싶다가도, 곧 그런 걱정이 의미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늘 사람은 있고, 더 나아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좀처럼 줄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번 돈의 대부분을 성형에 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제 외모를 가꾸는 일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일상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를 관리한다는 말속에는 노력도 있지만, 비교와 불안도 함께 섞여 있다. 누구나 뒤처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오래전에 들었던 한 설교가 떠오른다. 명품을 자랑하는 교우들을 시기하지 말고, 그 자랑을 기꺼이 받아주라는 말씀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산 것인데, 보여주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또한 사람이 사는 세상의 모습이라는 설명은, 세상을 지나치게 도덕의 잣대로만 재단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렸다.


젊은 시절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에는 외모를 많이 따졌다. 예쁜 얼굴, 세련된 스타일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선택 기준에는 솔직함이 있었고, 그 솔직함은 대부분 첫인상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같은 대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바라보는 아름다움의 기준도 조금씩 옮겨 갔다. 이제는 화장이나 옷차림보다, 가족을 챙기는 아내의 마음에서 더 깊은 애정이 생긴다. 말없이 반복되어 온 수고와 책임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빛으로 다가온다.


“얼굴 좋은 것이 몸 건강한 것만 못하고, 몸 건강한 것이 마음 착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좋아하시던 이 문구는, 젊을 때는 교훈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삶의 정리처럼 다가온다. 무엇이 오래 가는지에 대한 대답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외모지상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훌륭한 의사가 만들어준 얼굴,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값비싼 물건으로 꾸며진 모습이 어느새 본모습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형 뒤에 숨어,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묻는 일에는 점점 서툴러진다.


무엇을 입었는지, 얼마나 젊어 보이는지는 쉽게 이야기하면서도,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지는 잘 말하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를 눈으로만 판단하는 세상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잔인하다. 깊이 들여다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순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겉모습을 다듬기 전에,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먼저 묻는 일. 외형이 내면을 대신하게 하는 삶이 아니라, 내면이 외형을 이끌어 가는 삶 말이다.


좋은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외모와 물건을 맞추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를 오래 남게 만드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방향으로 조금씩 다듬어 가면 충분하다.


내 가슴에 품은 별 하나를 밝히는 일은 거창한 변화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의 태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는 작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 별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어두울 때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빛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