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남짓 남은 20대를 돌아보며.
스물아홉.
‘아직 한참 멀었어’라고 생각했던 그 나이가 나에게도 성큼 찾아왔다.
이제는 나를 ‘어린’이라 부를 수 없고,
그렇다고 ‘어른’이라 칭하기엔 아직 어색한 나이.
똑같은 한 살을 더 먹었을 뿐인데 그 무게감은 왜 이리 다른지. 영원할 줄 알았던 나의 20대가 벌써 엔딩크레딧을 준비하고 있어서일까.
철 없이 살고 싶은데 더 이상 철 없이 살면 안 될 것 같은 30살을 앞둔 29살인 지금.
난 아홉수의 열병을 세게 앓고 있다.
30대의 새로운 챕터를 앞두고, 20대의 삶을 돌아보면 불안하고 치열했다. 자유로운 만큼 두려웠다.
“그냥 누가 나중에 내가 이렇게 살게 될 거라고 정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외쳤던 적이 있을 만큼 말이다.
그만큼 나의 20대는 뭐든지 도전할 수 있었던 자유가 있던 만큼 안정감을 쫓았던 시기였다.
매번 새로운 일을 신중하게 고민하다 시작했어도 내성이 부족했는지 그만큼 자주 흔들렸다.
흔들리다 부러질 뻔한 적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흔들리면서 버티고 있다. 그래, ‘그저 버티는 것.’ 내가 20대에 터득할 수 있었던 능력이다.
30대가 점점 다가오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철 없이 자유롭고 싶지만 동시에 안정되고 싶다. 모순처럼 보이는 만큼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다.
나에게 ‘자유’ 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내 기준과 감정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내가 원하는 대로만 결정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20대에 배웠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선택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고,
내 감정만 우선 시 할 수 없는 관계도 있고,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때론 현실과 부딪히고, 거기서 어느 정도 선을 그을 줄도 알아야 한다.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나 자신이 탐탁지 않았던 적도 있지만 타협하고 나서 생기는 ‘작은 안정감’이 큰 위안이 되었다.
자유로운 만큼 막연한 불안 속에서 허우적대는 대신,
하나씩 정리된 현실 위에 가지런히 발을 내딛고 있는 정갈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자유와 안정감의 밸런스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규칙과 타협이 뒤따른다.
난 여전히 자유롭게 살고 싶다.
자유로움을 안정적으로 누리고 싶으니 나만의 규칙과 타협이란 장치를 걸어주는 것.
그리고 당시에 최선의 결정이었다며 믿음을 가지는 것.
이것이 내가 20대에 배운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과연, 30대 후반 이 맘 때의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어떤 새로운 방법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