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삶에 은근히 스며드는 편안하고도 강력한 감정

by 윤제


인생의 2막을 고민하는 이 시점,

중요한 시기라는 직감이 자꾸만 오는 시기.

‘결혼’ 이란 중대한 이벤트가 펼쳐질 수 있는 30 대란 시기를 앞두고 있기에 문득 ‘사랑’ 이란 뭘까?

단순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내뱉고야 말았다.

사랑을 정말로 ‘잘’ 하고 싶어서.


사랑을 정의 내리는 이론과 지식들을 마구 찾아봤다.

사랑이란?

-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중심도 존중하려고 하는 마음.

- 내가 나인 상태를 지키게 해 주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두려움이 들지 않는 마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이유

- 변화의 두려움을 같이 맞이하는 용기

- 기꺼이 관계를 지키려는 의지의 연결

근데 다 거두절미하고,

가장 직관적인 감정이 사랑 아닐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의지할 수 있는 내 편인 사람

내가 비빌 구석이다 싶은,
이 사람이라면 모든 게 다 괜찮겠다.

함께하면 마음이 고요하고, 잔잔해서

자꾸만 찾게 되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걱정거리들을 묵묵히 들어주되,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바꿔버리는 무던함.


순간적인 나의 생각과 감정을 늘 존중하되,

오해가 있음 풀기 위해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사람.


한 없이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되어

지켜주고 싶단 마음이 드는 사람.



언젠가, 무던함을 갖추고 싶은 예민한 기질을 타고나서 이에 필요한 덕목을 갖춘 남자를 만나야겠단 뚜렷한 계획이 있었다. 어떤 남자를 만났고, 운 좋게 필요한 덕목을 갖춘 남자였다. 그 남자는 성실하고 생활력 강하며 책임감 있고 무던한 성격의 남자였다.


하지만 100% 나와 맞는 사람은 없다더니.

너무 무던한 탓에 함께 있는 시간이 따분할 때가 있었다.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날들 때문에도

고민을 할 때가 있었다.

모든 성격은 양날의 검이었다.


숨김없이 내 마음을 전하고, 서로 치열하게 대화한 끝에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알았다.


첫 번째, 따분함은 잔잔한 편안함이었단 것을.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고 하고 싶단 어떤 강박이 있었다.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말이다.

반면, 이 남자는 함께 있어도 굳이 억텐(억지텐션)을 쥐어 짜면서 나를 소모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언젠가 서로 말이 붕 뜨는 순간이 생기면, 한껏 서운해했었던 적이 있다. 그 남자는 고요함을 자연스러운 공백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주었다. 비록 텀이 생기는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이는 변함 없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이젠 우리 만의 룰이 되어 서운함이 편안함으로 바뀐 지금, 그 고요함은 그 남자여서 줄 수 있었던 편안함이었던 것임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두 번째, 이 사람은 계속 내 옆에 있을 사람이다. 란 직감이 들었다. 내가 솔직하면 솔직할수록 끈끈해지는 관계에서 이 남자가 쉽게 날 떠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통해 안정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 남자의 모습에서 당연하다 느껴왔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느껴졌다.

사실 나와의 관계를 위해

이 남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구나. 고마웠다.


그러자, 나의 것부터 풀어놓으려고 할 때, 잠시 멈춰 그 사람의 감정과 상태를 먼저 살피고 배려하게 되었다.


사랑을 ‘받기만’ 하기보다 ‘주는’ 형태와 수단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하는 나의 모습에서 그 남자를 향한 고마움, 안쓰러움이 생각보다 진한 감정임을 알게 되었다.


항상 내 편이었던 그 남자.

나의 좋고 못난 면까지

‘나’ 로 바라보고 안아줬던 그 남자.

어쩌면 헌신적인 그 남자 덕분에, 내가 사랑을 계산하기보단, 먼저 ‘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젠 사랑을 정말로 잘 ‘나누고’ 싶다.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형태를 기꺼이 해주고 싶은 마음. 그 귀한 마음을 서로 긴 말 안 해도 알아주는 마음.


이 역동이 사랑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