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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태 Apr 11. 2022

할 일이 많은데, 코로나 감염이라니

내가 왔던 길을 돌아보며 놓친 것들을 챙겨가는 기회가 주어졌다

바쁜 매일을 보내는 와중에, 쓰러지게 되었다


어쩐지 그 날 따라 컨디션이 안 좋긴 했다.

평소에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던 터라, 아침을 깨울때마다 개운함보다는 몽롱함과 피로를 더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 날은 일어날때 잠을 몇 시간 더 자지 않으면 도저히 일상생활이 불가능할것 같은 컨디션이였다. 겨우겨우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일어났는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였다. 잔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콧물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래도 비염에 시달렸던 터라, 그냥 비염 증세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렇게 나의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태닝샵에 가서 첫 태닝을 받고(대회 때문에 피부톤을 만들어야한다.), 크로스핏 짐에서 내 운동을 하고 집에 가서 학교 강의를 들었다. 출근할때쯤부터 몸이 굉장히 무거웠다. 회사에 가서 회원님들 수업을 하는데 눈이 계속 풀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코로나 양성임을 회원님들께 알리자, 어쩐지 내가 굉장히 힘들어하는게 티가 났다고들 하시더라.) 하필이면 그 날은 대장님께 하체를 배우는 날 아니겠는가. 도저히 못할 것 같았지만 밤 11시에 퇴근하고 바로 옆동네로 걸어가서 넘어갔다. 추위를 잘 안 타는데, 유독 추웠다.


새벽까지 운동하고 나서 집에서 기절하듯이 잠들었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뭔가 많이 잘못됐음을 느꼈다.

미친듯이 몽롱했다. 콧물과 기침은 멈추지를 않았고, 나의 오전 레슨까지 한 시간 정도 남은 상황이였다. 회원님께 서둘러 양성 증상이 있는것 같아서 키트 검사를 하고 결과를 알려드린다고 했다.


신속하게 키트 검사를 했으나, 아니나 다를까...두 줄이 뜨고 말았다.


드디어 쉴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먼저 들었던 감정은 안도감이였다. 그렇게 쉬고 싶었는데, 드디어 쉴 수 있다니! 지금은 PCR 검사 결과가 양성이기만을 기다리면서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부디 양성이 떠주길! 1년 내내 집에만 있고 싶어하는 나 같은 INFP들은 이 순간이 설렐 수 밖에.



쉬게 되면 미친듯이 놀 줄 알았건만, 나는 이제 공부가 더 재밌어졌다.

바빠서 미루기만 했던 넷플릭스 드라마들 다 죽었다, 하면서 김태리 배우님이 나오는 스물하나 뭐시기도 보고...2회까지 보다 말았던 소년심판도 보고...그 시절 뭐시기도 보고...너무 신났다. 한 달 가까이 하지 못했던 롤도 마음껏 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놀고자 했던 나의 의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드라마 두세 편 정도를 보니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게임도 한 판 정도 하니까 지겨워졌다. 오히려 밀렸던 공부가 더 눈에 들어왔고, 공부를 몇 시간 하고나서 문득 '시작해야지' 마음만 먹었던 브런치 시작과 블로그 재개에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다. 변변찮은 나의 글솜씨로 이 공간에 내 삶의 흔적을 짧게나마 기록해보고자 한다.


최근에 한 선배님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조언이 있다.


너무 바빠서 여유를 낼 수 없는 것이 열심히 사는것처럼 보여서 좋은가?
그건 자기 삶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같다.
때로는 게을러야하며, 가끔은 바쁜 것들을 슬쩍 내려놓고 놓친 것들을 살펴 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바쁜 사람이라는 은근한 자부심을 스스로에게서 느꼈던 나는, 어쩌면 나의 삶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끊임없는 성장을 갈구하는 사람이며, 주변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충고와 조언들을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선배님의 조언대로 잠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휴식을 취하고자 한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격리를 통해 내가 놓친 것들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이 휴식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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