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아갈 첫 걸음을 딛고자 마음을 세우는 80년생
2025년 금융권 40세 여자차장. 52시간제 시행전,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갈아넣어 일한 결과 동기보다 빨리 진급하였다. 그런데 나는 지나간 직장생활을 아쉬워하고 있다. 더 문제는 앞으로의 직장생활이 더 아쉬울 것같다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15년이된 이제야 알게된것인가. 직장생활이라는 실체를.
난, 15년동안 마주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필요한 역량이 필요하면 근육을 찢는 고통을 인내하며 만들어 내려 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낭떨어지가 기다리는 계곡에 튜브하나 달랑 안고 휩쓸려 가는것 처럼 회사가 꽂아둔 깃발로 도착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갈고 닦은 역량은 나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 회사를 위해 쓰인다. 더 중요한건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일을 해결하면 마치 밀려있었다는 얼굴을 하며 다른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전통적 국내회사인 회사는 연공서열 평가에서 능력제의 평가로의 전환을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본 90년대 프레임에서 바뀌기 까지는 아직도 멀고 먼 회사의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레거시가 무겁다. 바뀐다 하더라고 승진이라는 카드를 내밀것이다. '승진' 직급이 높아지고 약간의 권한이 더 생긴다. 하지만 이또한 나에게 실질적으로 들어오는 생활비에는 변함이 없다. 난 여전히 아들의 영어유치원을 보낼 수 있을지 금전적으로 고민해야하고 가족과 외식을 할 수 있는지 다음달 카드 예정 결제금액을 남몰래 살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회사라는 보호막 없이 세상에 홀로 섰을때 나는 살아 남을 수 있을것인가. 이 질문을 하자마자 회사가 갑자기 나의 엄청난 보호막이 되어 주었음을 느낀다. 내가 실수해도 많은 보고서를 제출하고 사에게 깨지긴 할 지언정, 왠만한 고의나 과실이 아니고서는 나의 월급을 감봉하지는 않는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보면 일이 '주어졌'었다. 하지만 세상에 내가 섰을땐 나의 일을 내가 스스로 주어야 한다. 그 일은 가치가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럴때만이 가치가 금전으로 환산된다. 내가 태어난 소명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떤 재능이 있고 이 재능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그리고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지.
왜 항간에 재벌들이 어릴때 자녀들에게 조직생활을 경험하게 하고 일정시간 이후에는 경영자로 올리거나 창업을 하게 하는지 알것만 같다. 조직생활은 그들에게 경험을 제공해주는 공간인 것이다.
그럼 이제 나도 역량이라는 기술을 갖추었다면 이 기술을 토대로 세상에 무엇을 내놓을지 어떻게 소통할지 어떻게 가치로 환산할지 고민을 해야하는 단계인 것이다. 나 자신이 인프라가 되어 스스로의 평가기준을 세우고 이루어야 할 과제들을 나열하여 성취해야할 때 인것이다.
15년차 직장인. 이제 회사 목줄(사원증)을 내려놓고 스스로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었는가. 준비를 하고 있는가. 회사가 받쳐주었던 그 인프라를 내려놓고 스스로가 인프라가 될 수 있는가. 이 지점부터 나아가야 한다. 깨달았다면 한걸음씩 나아갈 때다. 걸음마 배우듯. 처음부터 하나씩. 두려워하지말고, 두렵더라도 나아가야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