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짜장면집에 가면 내공이 무엇인지 깨닫을 수 있어요.

by 빛별

매주 토요일, 우리는 매번 같은 짜장면집으로 향한다.


"오늘 점심 뭐 먹을까?" 라는 질문에


"짜장면과 탕수육이요."라고 다섯살짜리 아들이 대답하기 때문이다. 간혹, 다른거 먹자는 투의 대화가 진행되면 아들은 동조하는듯 하지만 결국,


"제 입맛에는 짜장면은 먹어도 먹어도 맛이있어요."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오늘의 메뉴도 짜장면으로 낙찰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신기한것은 또 있다. 거의 만 일년째 일주일에 한번씩 동일한 집에서 동일한 메뉴를 먹는데, 나도 질리지가 않는것이다. 오히려 하루는 자리가 만석이여서 다른 테이블에서 짜장면 국수와 소스를 비비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적당한 수분기와 유분기로 참으로 맛있게 보인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 짜장면 집은 단독 건물인데 항상 일층에서 식사를 한다. 만석이여서 차례를 여지없이 기다리던 하루는, 직원분께서 "오늘은 이층으로 모시겠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실것 같아서요."라고 하시는 것이다. '응? 이집에 이층이 있었어?' 마치 어린시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여행이 시작되는 마음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 계단을 올라가는 길은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릴것만 같은 기대가 있었다. 아들은 신이 나서 계단을 달려갔는지 뒤로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이층에 도달하니, 일층과 동일한 넓이의 넓은 공간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곳에서 한 무리들은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층은 일반 손님들을 위한 공간이었고 이층은 회식이나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날은 이층에서 식사한 기념으로 평소와 다른 메뉴인 백짬뽕을 시켰다. 그 이후로 나는 매주 백짬뽕을 먹는다. 짜장면 만큼이나 백짬뽕또한 맛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를 위한 무대에서 매번 내가 가진 모든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보통은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기본 메뉴를 가장 정석으로, 가장 기본으로, 가장 정직하게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우연히 기회가 열리고 준비가 되어있다면 상대방은 생각지도 못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변주곡을 보여줄 수 있다. 그 변주곡은 너무도 놀라워서 그 사람에 대한 인식과 깊이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짜장면집에서 하게 될지는 상상치 못했다. 하지만 고수의길은 어느 분야나 비슷하고 최고에 이른 경지 또한 비슷하다는 말을 알고 있다. 이 짜장면집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도 당장 드러내지 않는 갈고닦는 시간으로 어느날 우연치 않는 기회에 당당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의외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연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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