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바로 옆부서 선임이고 동시에 내가 진행하는 업무의 운영 담당자이다. 원칙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도 그녀가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나, 윗사람들은 그녀의 스타일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Say no를 정확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Say no를 초반에 하기 때문에 윗사람들은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을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느낌을 받고 그러기에 업무 장악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런 사유로 새로운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 혁신적인 업무에 활짝 열려있는 우리 팀으로 온다. 그리고 가장 어리버리한 내가 가장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된다.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담당도 아닌 일을 당위성, 방향성 하나만 보고 나아가다 보니 물어봐야 할 일이 참 많고 많다. 왜냐하면 기존 업무를 파악해야 새로운 것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많은것을 물어보게 된다. 그바닥의 생리부터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본인이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나에게 주지시키며 나를 쥐락펴락하려는 시도를 무의식적으로 하려하는듯 하다.
1안을 가져가면 알려주는 과정에서 내가 왜 1안을 하기 어려울것인지 한시간 내내 이야기 해준다.
2안을 가져가면 그또한 왜 내가 그 산을 넘기 어려울것인지 상세히도 알려준다.
내가 듣고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것인지이지만, 막상 듣는 이야기는 왜 못할것인지를 듣는것이다. 그리고 꼭 붙이는 말은 "어드바이스를 최대한 주며 서보트 해 주는 거에요."
그런 과정에서 인간적으로는 친해지는 모순을 겪지만 사실 어느 순간이라도 업무로 인해 안색이 바뀔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참으로 따뜻한 인간적인 조언안에 업무적으로는 본인의 장악력을 확장하려는, 우리 부서의 일이 잘 되지 않았으면 하는 더 인간적인 조언이 가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가만히 들여다보니, 업무적으로 본인의 통제력을 잃지 않으며 옆부서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치밀히 파악하며 와중에 인간적으로도 좋은 평판을 갖고 싶은 한 사람일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