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생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 두 살 정도 된 것은 확실해요.
옛 주인은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녀석이 우리 집에 처음 온 7월 15일을 녀석의 생일로 삼고 축하해 주기로 했다. 두 살이라고는 해도 사람의 두 살과 같을 리는 없다. 인터넷을 잠깐 뒤져 보니 고양이 나이를 인간 나이로 환산한 표가 있었다. 두 살 고양이는 인간으로 치면 스물네 살 청년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람도 그 나이쯤 되면 길러 준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경우가 많으니, 제법 알맞은 시기에 새집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고양이 처지에서 보자면,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서 떨어져 나와 엉성한 초보 집사 집에 내동댕이쳐진 것을 두고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장 같은 번식장에서 태어나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팔려가는 많은 고양이와는 달리 부모 형제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으니, 그 정도면 녀석의 초년 운은 좋은 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양이를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난다. 일이 끝난 후에야 고양이를 데려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전 주인의 사정으로, 우리는 늦은 시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는 케이지 없이 품에 고양이를 안고 있었고, 그 상태 그대로 남편의 품에 고양이를 건네주었다.
“혹시 궁금한 거 없으세요?” 저쪽에서 먼저 물었다. 묻고 싶은 것이야 물론 산더미였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먼 거리를 달려온 그들은 한눈에도 무척 피곤해 보였고, 케이지도 없는 상태에서 혹여 고양이가 도망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들을 오래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 결국 하나 꺼낸 질문이 이것이었다.
저기, 이 녀석 이름이 뭐예요?
사람을 워낙 좋아해 주인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성격이 좋다는 뜻이겠지, 그 정도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하자면 굳이 이름을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우리 집에 오면 새 이름을 지어줄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전 집에서의 이름은 이전 집에서 쓰던 것이고, 우리 집에 들어오면 우리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바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딱지”라는 이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번 소리 내어 불러 봤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없었다.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우리 집에 온 처음 얼마 동안,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 껌딱지라 불렸다는 이 녀석은 사람만 보면 몸을 숨기기 바쁜게 아닌가. 그런 녀석을 두고 “딱지”라니, 네모를 보고 세모라 부르는 격이었다.
사실 고양이를 들이기 전 했던 여러 시뮬레이션 중에는 고양이 이름 정하기도 있었다. 고양이 이름은 고양이가 헷갈리지 않게 3음절을 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짧은 발음으로 된 이름 몇 개를 만들어 둔 상태였다. 가능하면 이국적이고 소리가 예쁜 이름이 좋겠다 싶었다. 당시 후보군에 올렸던 이름은 수놈이라면 헨리, 루이, 에코, 암놈이라면 지젤, 라라 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막상 녀석의 원래 이름을 듣게 되자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새 이름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딱지야” 하고 부르자 녀석은 행동을 멈추고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냉장고 옆이나 세탁기 뒤에 숨어 지내던 시절에도 그랬다. 생각해 보니, 이미 2년, 인간으로 치면 24살 청년이 되는 긴 시간 동안 녀석은 “딱지”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이름뿐 아니라, 생활 습관이며 성격 같은 것이 이미 어느 정도 굳어져 잇을 나이였다. 새집에 왔다고 새 이름을 받아 다른 고양이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녀석에게 새 이름에 적응하라 강요하기보다 우리가 그 이름에 익숙해지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입에 붙지 않는다면, 붙을 때까지 여러 번 불러 보면 될 일이다. "딱지야, 딱지야, 딱지야." 그래서 딱지는 계속 딱지로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