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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저 Mar 07. 2023

[대행사] 그녀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방식

드라마 <대행사> 리뷰

그들에게 성공이란,


1화 시청률 4.8%에서 시작, 가장 최근 회차는 12%까지 시청률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시청률 뿐 아니라 ‘드라마 TV 화제성’ 3위, ‘드라마 TV 검색 반응’ 2위 등 다방면에서 핫한 이 드라마는 바로 배우 이보영 주연의 <대행사>다.     

<대행사>는 각자의 방법으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의 성공은 누군가에겐 ‘독립운동’이고, 누군가에겐 ‘두 마리 토끼 잡기’다. 또 누군가는 ‘나답게’ 성공하고자 하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들의 성공을 다루기 위해, <대행사>는 성공이 자신의 전부인 ‘고아인’을 주인공으로 데려온다.

  


주인공인 고아인은,


고아인에게 성공은 ‘트로피’가 아니라 ‘갑옷’이다. 트로피는 상징적이지만 갑옷은 실용적이다. 트로피는 승리라는 과거의 결과를 나타내지만, 갑옷은 지금의 공격을 막아주는 기능을 해낸다.      


오수진     넌 일을 좀 일처럼 하면 안 되냐?
고아인     내가 뭐처럼 하는데?
오수진     전쟁.
고아인     지면 죽으니까 전쟁 맞네.

<대행사> 1화 중     


고아인에게 성공은 상징보단 실용을 의미하고, 과거의 영광보단 현재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고아인은 더도 덜도 아닌, ‘죽지 않기 위해’ 성공이 필요하다. 7살 때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고아인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채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성공해야 한다. ‘버림 받은 아이’라는 트라우마는 고아인의 원동력이 되는 한편,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이 된다.     


최초를 넘어 최고가 되는 것. 처절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것.
나를 지키기 위해 때론 나를 버리는 것. 내 한계를 왜 남들이 결정하지?

<대행사> 1화 중     


그리고 그녀는 이 원동력 때문에 처절하게 부서지고 있는 내면을 숨기며 우아하고 살아간다. 마치 1화 오프닝에서 그녀가 준비한 광고 속 주인공처럼. 그런 고아인에게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옆 자리를 내어주는 것조차 사치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둘러싼 이 간극을 터놓을 수도 없고, 그걸 들키지 않도록 애쓸 수도 없는 고아인은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두기로 한다. 이렇게 고아인의 갑옷은 타인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쌓아둔 성벽이 되어버린다.          



그런 주인공의 주변에는,


어느 시청자는 이 드라마를 ‘관계성 맛집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이 이야기속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케미는 다양하고 매력적이다.      


1. 고아인-최창수

언제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최창수에게 성공은 당연한 일이다. 최창수는 여러모로 기득권을 가진 인물로서, 이제까지 성공해온 사람들의 방식대로 성공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상무 자리에 앉힌 고아인이 ‘자세를 바꾼 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최창수는 고아인의 돌발 행동을 가장 가까이서 감당하고 대립하는 인물이 된다.     

고아인     광고주 속내를 알아내려면 최상무 도움이 필요한데.
최창수     이번 PT 이기려면 고아인 도움이 필요한데.

<대행사> 6화 중     


하지만 그건 단순히 그가 악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고아인과 ‘다른 위치’에서, ‘다른 이유’로, ‘다른 방식’을 통해 ‘같은 자리’를 얻길 원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성공이 ‘갑옷’을 뜻하는 사람과, ‘당연함’을 뜻하는 사람의 행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른 행보는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부딪힌다. 이것이 이 드라마가 그리는 대립 구도의 재밌는 점이다.     


2. 고아인-강한나

최창수가 고아인과 같은 자리를 쟁취하려는 인물이라면, 강한나는 한 수위인 그들의 고용주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다. 그렇기때문에 고아인과 강한나의 관계성은, 고아인과 최창수의 관계성과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서로를 돕는다, 하지만 이들의 협력 관계는 선의나 호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기브 앤 테이크’이고, 좀 더 나은 결과라면 ‘윈 윈’일 뿐이다.      

강한나     아, 요것 봐라? 이거 딱 내 과네. (...) 전력적으로 생각하고 미친 년처럼 행동하는 타입.

<대행사> 5화 중     


이들이 이런 관계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동류인 서로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기브 앤 테이크와 윈윈의 기저에 인간적 마음이 없어도 그게 가능하다는 걸 이해할만한 동류라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다. 이런 두 여자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새롭고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흥미진진하다.      


3. 고아인-배원희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고아인은 자신이 부릴 부하직원을 직접 구성해나간다. 진짜 실력 있는 이들을 골라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중 한 명이 배원희다.     


고아인     왜 세상이랑 싸우는 거야? (...) 형식이 본질보다 중요할 때도 많다는 거,
             원희 카피 연차쯤 되면 충분히 알 것 같은데.
(...)
배원희     그럼, 화장도 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으면...
(...)
고아인     넌 네가 잘하는 일만 해.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대행사> 5화 중     


모두가 배원희의 옷차림을 단순히 ‘고집’으로 이해하고 비웃을 때, 고아인은 그게 그녀가 벌이고 있는 ‘세상과의 싸움’이라는 걸 알아챈다. 배원희는 자신답게 성공하길 바라고, 고아인은 그녀의 능력과 충성을 얻기 위해 그 싸움을 존중해준다. 배원희로서는 늘 꿈꾸던 사건이었을 것이다.     


4. 고아인-조은정

그런 식으로, 부하 직원들은 고아인이 계획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고아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들과 관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조은정은 자신만의 발랄함으로 그 관계에 영향력을 만들기 시작한다.     


조은정     좋은 일 있으면 업 하고 나쁜 일 있으면 다운하고.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죠.
고아인     그렇게 살면 안 지치니? (...) 웃었다가 울었다가 기뻤다가 슬펐다가. 에너지 낭비가 심할 텐데.
고은정     지치죠. 그럼 뭐, 지칠까 봐, 감정 소비하기 싫어서 무덤덤하게 살아요?

<대행사> 6화 중     


조은정은 이렇게 말하면서 케이크와 사탕을 고아인의 책상에 두고 간다. 그리고 고아인은 평소라면 입에도 대지 않을 단것을 모두 먹는다. 단맛을 한 번 보면 끊기 어렵다고 걱정하는 동시에 그게 위안이 된다는 걸 인정하면서.     

그리고 그 케이크가 ‘CD 승진 축하 케이크’라는 부분에도 의미가 있다. 이제 막 CD로 승진한 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고아인과 관계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 속에서 고아인은 변해갈 것이다. 안 먹던 단 음식을 먹듯이, 그녀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방식도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그녀가 더 이상 혼자 견디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들여보내지 않던 갑옷이 조금은 편안한 차림새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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