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EZE - Madelein Love
6. 어떻게 생각해
만남이 있고 나서 며칠 뒤 앞으로는 만나면 안 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친구는 오랜만에 본가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친구들에게 크게 혼이 났다고 했다. 또 지금의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나와 따로 만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전해왔다. 그렇게 서로의 연락도 줄여가기로 했다.
하지만 나와 별개로 그 친구의 장거리 연애에서 그 친구는 지쳐가고 있었다. 장거리로 직장을 구하게 되었을 때도 남자친구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였는지 지금의 남자친구와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라고 말을 했었다. 물론 나와의 만남은 그 친구에게 새로운 문제점이 되었던 것 같았다.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이 허락된다면 또 그 친구를 만날 수만 있다면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도 점점 뜸해지는 그 친구의 답장에서 남자친구와 사이가 많이 안 좋아져서 힘들다는 이야기는 종종 했었지만 그게 나와의 연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퇴근 후 집 앞에서 친구들과 고깃집에서 만나 술 한잔을 딱 마시던 참이었다. 갑자기 뜸하던 그 친구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빠는 지금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CHEEZE - 좋아해(Bye)
한동안 잠 못 들었어
머릿속 너가 들어앉아 있는
그 자리가 어색해서
널 보고 싶단 말이 나와
널 사랑하고 있진 않을까
눈을 마주치면 터질듯한 마음
네겐 들키고 싶지 않은데
널 좋아한단 말이 나와
널 사랑하고 있진 않을까
7. 전하지 못한 진심
그 메시지에 내 머리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술 때문은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 내게 보냈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어떤 답을 보내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가게에서 밖으로 나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핸드폰 화면을 그대로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떤 답을 하더라도 내 답은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았고, 어떤 답을 하더라도 답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좋아한다'라는 말을 하게 되면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았던 나도 그 친구도 내게 동조한 사람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의 만남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간 답변은 "넌 내게 너무 소중한 친구고, 난 너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대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이 답변은 내가 한 가장 병신 같고 멍청한 대답이었다는 것을 곧바로 알게 되었다.
얼마 뒤 친구는 긴 메시지로 내게 답장을 보내왔다. 자주 다투던 남자친구와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고 나와의 관계도 완전히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답을 보냈다. 친구 사이라면 이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그 친구가 듣고 싶었던 답은 나와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나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8. 너의 결혼식
연락을 하지 못하고 반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그 사이에 운이 좋게 내가 좋아하던 직종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그 친구가 살던 동네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기에 조금은 들뜬 마음을 애써 누르며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나 너희 동네에 출장 왔어. 여기 동네 맛있는 거 추천 좀 해주라!" 메시지를 보내기 무섭게 바로 답장이 왔다. "오빠, 지금 있는 동네가 어디야?"
반년 간 끊겨 있던 너와의 메시지가 빠르게 연결되고 있었다. 서로의 안부와 그간의 이야기들이 빠르게 채워져 갔다. 그날 오전부터 시작했던 메시지가 밤이 될 때까지 끊기지 않았다. 그 몽글몽글하게 다시 살아나는 설렘이 나의 하루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다음의 메시지가 다시 날 철렁하게 만들었다.
"오빠, 나 사실 할 말이 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정확히 예상과 같았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내려앉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곧 결혼해, 3개월 남았고 가족들이랑 작게 해서 오빠 초대할 생각을 못했네"
난 참 바보 같았다. 괜히 축가나 사회자 필요하면 말하지 그랬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와의 설렘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 말을 내게 전하는 너의 감정도 액정 너머로 알듯 말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어 붙잡고 싶었던, 놓치고 싶지 않아서 했던 내 연락에 답이 결혼소식이라니... 속절없이 내 마음은 무너졌다.
9. Epilogue
그 친구를 만난 지 어느새 10년이 돼 간다. 그 친구와 함께 있는 단체 메시지방에서 그 친구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하게 되었다. 그 친구도 다른 친구들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보며 서로 공감하고 응원하며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지만 내가 직접 그 친구와의 대화를 하는 일은 없었다.
그때의 질문에 아직도 난 어떤 답을 해야 했는지 마음의 답을 내리지는 못한 상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솔직히 지금도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을 보니 네게 나라는 사람은 너무나 준비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너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나도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저 너와 연락을 하며 자주 들었던 치즈의 노래들만 계속 생각난다. 너를 만나러 가던 길에 들었던. 너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던 날 들었던. 그날의 기억들이 노래 가사와 함께 고스란히 내게 남았다.
CHEEZE - ROMANCE
빨간 풍선에 가득 담긴
꽃잎에 짙은 향기 품고서
무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귓가에 깊이 색을 물들여 그저 웃음 짓네
차가운 기억에 머무는 듯해
나란히 겹쳐지는 따뜻한 기억에도
어두운 곳에 갇혀있는 듯해
두 눈이 멈춰있는 그곳에
walking through the night 곁에 함께
존재했던 그대 뒷모습이 아직도 내게는
달콤했던 순간인지, 긴 악몽인지
어지럽게 날 뒤흔드는 가위처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