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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플라 Oct 01. 2024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9월 독서모임을 이번에도 역시 남양주 나인블록에서 가졌어요. 카페에 나들이 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우리를 한 달 전과 확연히 달라진 카페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속 강, 하늘이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았어요. 한 달 동안 책을 열심히 잘 읽었느냐며 격려의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읽은 책을 주섬주섬 가방에서 하나씩 꺼내놓았는데 멤버들이 모두 책표지도 출판사도 다른 책을 읽었더라고요. 무려 다섯 종의 다른 책, 같은 작품, '나만의 방'이 한자리에 모였죠.  2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걸 눈으로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를 20세기 최고의 작가, 시대를 초월한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하나 봅니다. 


여성들의 독립과 평등한 삶을 진정으로 바랐던 작가의 작품을 지금에라도 읽을 수 있었던 건 독서모임을 했기 때문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는 모두가 읽어봐야 할 고전문학 작품인 거 같아요. 2세기가 지난 지금에라도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의 주장을 듣고 더 나은 삶을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는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어떤 내용으로 강연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사색하는 과정이 그대로 담겨있고, 강연했던 내용들을 강연문 형식 에세이로 썼어요. '사회적인 억압에 둘러싸인 여성이 어떻게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를 고민한 흔적을 고스란히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했어요. 


버지니아 울프는 영국에서 1988년에 출생하여서 1941년에 사망했습니다. 그녀는 남다른 지적 호기심을 가졌고, 문학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정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자란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진 여성이었어요. 실제로 그녀가 "나는 영국에서 쓸 수 있는 것을 쓰는 자유를 누리는 유일한 여성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예술적 자유를 누렸다고는 해도 그녀도 역시 엄격한 가부장제와 성불평등이 만연한 영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중 한 명이었습니다. 


영국에서는 1928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고,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나이가 40살이 되어서야였으니까요. 이런 시대를 살았던 지성인으로서 여성을 대표하여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한 강연을 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만약 여성이 두 가지의 열쇠만 찾는다면 훗날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오리라고, 그 열쇠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다. "  본문 중에서



"한 개인이 최소한의 행복과 자유를 누리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된 수입과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본문 중에서 


19세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해요. 이런 사실을 토대로 작가는 '19세기 여성작가들이 주로 소설을 쓴 이유가 여기서 비롯되었다'라는 가설을 만들었어요. 당시 여성들이 느꼈던 물질적인 한계를 정확하게 지적한 것입니다. 작가는 '가난과 예술은 무관하다'는 것 거듭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고정된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가져오는 기질의 변화는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에게 셰익스피어 같은 누이가 있었다면 

셰익스피어처럼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작가는 위 질문에 대해서 아마도 '그러지 못했을 거다.'라고 대답해요. 그 당시에 여성은 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했고, 10대에 이미 집에서 정해준 결혼을 해야 하며, 자유로운 외출 못 할 뿐 아니라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삶을 관찰하지 못했을 거기 때문이에요. 


"내가 여러분에게 더 많은 책을 쓰라고 권하는 것은 여러분 자신에게 그리고 세계 전반에 도움이 될 일을 하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165쪽



1929년에 출간된 이 작품이 나오고 거의 200년이 지나서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고정수입이 있고, 자기만의 방을 가졌어요. 이렇게 예술을 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 살면서 과연 나는 나 자신이 되었는지 되돌아보았어요. 셰익스피어의 누이는 글 쓰는 재능이 있었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기회가 없어서 할 수 없었어요. 시대가 바뀌어서 지금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널려 있는데도 글을 쓰지 않는 건 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작품을 함께 읽고 작가와 작품에 관하여 깊이 있는 대화 나누며, 시대적 한계 상황 속에서도 자기 다운 삶을 살았던 작가의 자유에 관한 소중한 통찰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유리천장'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현모양처'가 되라고 교육받았던 사고방식으로 인해 주어진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만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깨달았어요.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크기는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의 크기와 같아요.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개인의 한계는 사회 분위기 영향에서 비롯된 것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다른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평온한 삶을 바라는 소극적인 삶의 태도가 큰 원인일 겁니다. 그리고 '여자가 여자를 싫어한다.'라는 작가의 말에 우리 모두가 다 같이 크게 공감했어요. 뛰어난 여성을 보면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기보다는 그를 응원하고 나보다 우수한 것은 배워야겠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전 세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가 중의 한 명이라 할 수 있어요. 스스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제약들을 넘어서 온전히 자기 자신을 표현한 위대한 선각자이기도 해요. 시대를 앞선 그녀의 주장에서 어느 작가의 작품보다 큰 감동과 날카로운 통찰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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