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어때?
"사회복지를 하려는 이유가 뭐예요?"
사실 상담심리로 가려고 했어요. 가족상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대학원을 가기에는 제 비전이 뚜렷하지 않고 열망도 크지 않았어요.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스로를 알기에 내담자의 정서에 흔들리지 않고 전문적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냐는 질문은 답할 수 없었어요.
구구절절 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국 사회복지 일터를 찾아가는 이유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1년마다 월급이 조금씩 오르고 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잘리거나 센터가 없어지는 일은 거의 없기에. 이렇게 말한다면 그런 직장은 얼마든지 있다고 하나씩 반박할 사람이 많을 테고 실제로 그러하다. 과거의 나는 이 정도면 됐지, 하며 흘러가는 대로 살았으니 이제서야 직면하고 뭐든 부딪혀 보자는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제주,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게 된다. 강사, 카페 사장님, 목수 삼촌들, 간호사, 선생님, 삼성전자 직원 등등... 다들 한결같이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이다.
"하고 싶은 게 없는데요?"
..라고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삼십 대에 안정적인 직장을 잡고 결혼까지 한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이십 대 후반의 내 모습이 더욱 초라해 보일 것 같았다. 음, 하는 얼굴로 곰곰이 생각하기만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지?'
실은 아직 그 생각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스태프를 22년 8월에 시작해서 23년 2월에 마무리했으니 거의 반년동안 타인의 삶을 귀동냥하고 일을 시작했으나 쉼터의 사회복지사로서 5개월 활동하고 회의감을 느꼈다. 정확히 말하면 체계가 없는 회사 생활이 납득되지 않았다. A가 이루어지려면 B의 선행이 필수다. B업무를 하기 위해서 C와 D를 알아야 하지만 신입 사회복지사를 위해 이것들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고, A를 해야 한다고 닦달하는 시스템이었다.
한적한 동네에서 사랑하는 반려와 지내는 것이 내 삶의 목표라고는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사회복지로 정점을 찍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은 없는데. 그렇다면 굳이 사회복지사를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평화로운 농촌의 시간을 영위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꼬. 몸 쓰는 걸 좋아하니 목수를 생각했다. 보조 일을 할 때 스카웃을 받기도 했고, 3층 비계에 올라 임팩을 사용하는 일이 꽤나 즐거웠다. 집을 다 지은 후 평탄화 작업도 흥미로웠고 잔디를 까는 작업 또한 그러했다. 그렇다면 나는 사무직보다 바깥에서 움직이는 게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지금 내가 찾아보는 일은 ㅇㅇㅇ이다. (다음 시간에 계속)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