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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정착기] 4. 취업했습니다

하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by 은안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사실 아리송하다. 같은 센터에서 면접을 두 번 보았다. 이전에 면접을 진행한 후 센터 국장님과 다른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잠깐 나눈 게 끝이었으나 그때 좋은 인상을 심어드렸던 것인지 이번 면접이 끝난 후에 A팀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셨다.


의문이 샘솟았다. 나는 경력도 짧고 나이도 애매하고 제주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라는 말은 생략하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를 드리니 궁금증을 알아차리시고 답을 해 주셨다. 지금 팀에서 일을 굉장히 잘하시는 분과 나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을 이전 직장 원장님께 들었다.


"은안선생님이 이전에 일했던 한 사람이랑 느낌이 정말로 비슷해서 옆에 두고 키우고 싶었는데.. 많이 가르쳐주지 못해 미안하네."


실질적으로 배운 것이 거의 없었기에 빈말으로도 괜찮다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이전 계획서 카피, 프로그램 진행, 공문 접수, 클라이언트 상담 등등 인력이 필요한 곳에 투입되다시피 일했다. 직업훈련 교육비는 얼마인지, 학원에 돈을 지불할 때 어떠한 처리를 해야 하는지 등은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생활 시설 특성상 프로그램 끝난 후 오후 4~5시가 되어서야 서류 업무를 시작하는 날도 많았으니.. 그래도 숙련되고 여유가 생긴다면 하나씩 배워나갈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늦게나마 든다.


생각보다 빨리 취업이 되어서 그다음 주제인 '집 구하기'로 바뀌어야겠다.

이번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1-2년 후에 일이 익숙해지고 나서 적고 싶다.

집 구하기는 한숨이 푸욱 나오는 주제라서 신세 한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지만 기록해 두어야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며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위안을 얻을 때가 오겠지.


조금 더 놀고 싶었지만 취업하기를 잘한 것 같다. 가 보지 않은 길은 신비롭기에 더욱 매력적일 뿐이다. 나를 아는 나는 나처럼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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