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 근무 차이

를 가장한 학부모 민원 토로.

by 엔딩은 해피

이번 글은 쉬어가는 타임으로 중학교에서 담임을 했던 경험과 고등학교에서 담임을 했던 경험을 비교하려 한다.


정교사가 된 후 중학교에서 3년 담임, 고등학교에서 3년 담임을 했으니 기간으로는 비슷하지만, 아마도 저경력 교사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중학교 담임으로서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장점

1. 학생들이 귀여움.

2. 평가와 생기부에 스트레스가 적음.

3. 다양한 활동적인 수업, 학급 활동을 할 수 있음.

4. 워라밸. 무조건 4시 30분 퇴근이다.


단점

1. 학폭이 다수 발생하고 심각한 문제 학생이 있어도 자퇴나 퇴학이 없다.

2. 학부모 민원.

3. 업무.


먼저 장점부터 얘기하자면 아직 아이들은 아이들인지 귀여움이 장착되어 있다. 중학생이 뭐 그리 귀엽나 하겠지만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갓 초등학생 티를 벗어난 아이들이 큰 교복을 입고, 잘하려는 긴장된 눈빛으로 앉아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초등학교 선생님들한테 6학년 때는 제일 큰 형, 언니로 듬직하게 생활했었다는 얘길 듣다 보면, 역시 나이가 아니라 장소와 자격이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순수하기 때문인지 꽃 같은 것도 접어 오고, 편지도 써 주고, 선생님 그림도 그려주고(안 닮은 것이 킬포ㅋㅋ), 솔직한 감정 표현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순수함을 나는 사랑한다.


또한 중1 자유학기제에서는 생기부를 모두 써야 하기 때문에 생기부 양이 많기는 하지만, 고등학교에 비하면 생기부의 양과 질, 평가에 대한 부담도 확연히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구상하는 데도 부담이 없다. 날이 좋으면 학생들과 돗자리를 펴고 시집을 읽는다든지, 모둠 활동으로 책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든지 하는 활동들을, 시험에 대한 압박 없이 가르칠 수 있어 좋았다.


가장 좋은 점은 아무리 힘들어도 4시 반에 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수많은 장점들을 한 번에 상쇄할 수 있는 단점은 바로 학부모 민원이다.


정말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떻게 견디는 걸까?

내가 받은 민원은 이렇다.


첫 번째 사례) 학생의 모든 수행평가 일정과 내용을 정리해서 자신(학부모)에게 공유해 달라는 메시지에, 교과목마다 담당 선생님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이 직접 챙겨야 하고 학급 단톡방에 학생들이 일정을 정리해서 공유하고 있으니 참고 부탁드린다고 했다가, 담임교사가 자기 아이 학업에 관심이 없다는 둥, 그럼 자기가 자기 아이 학업에 관심을 끄라는 얘기냐며 곡해하며 화내는 경우가 있었다.


두 번째 사례) 아이 허벅지에 멍이 들어있는데 알고 있었냐며 학부모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그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너무 놀라 미처 알지 못했다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이런 일이 있으면 즉시 담임교사에게 찾아오라고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학생인데 제가 허벅지를 보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닌가요..?) 학생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먼저 다가가 장난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하지만 사안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 신체적 접촉이 있는 장난은 금지시키고 학생을 따로 면담하며 학교폭력 관련하여 해결하려 했으나 학부모는 참지 않고 "우리 애 아빠가 화났는데 자기가 말렸다"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시기 시작했다. 더 난감했던 건 가해 학생(요즘에는 관련 학생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해라고 함.) 부모를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인데 성격이 보통이 아니니 학교폭력은 걸지 않을 거고 가해 학생이나 그 학부모 모르게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경질과 짜증, 마무리로 소리지르기는 덤.

학생 자체는 너무 예쁘고 착한 아이였다. 물론 장난꾸러기였지만 평범한 남학생이었는데 왜 집에서는 남학생들끼리 노는 걸 장난이 아닌 일방적인 폭력처럼 얘길 했던 걸까.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신체 접촉은 안 된다고 했음에도 왜 먼저 다가가서 장난을 쳐놓고 집에서는 울었던 걸까.

<최민준의 아들 TV>라는 유튜브를 보고 남학생들의 심리에 대해 좀 알게 되었지만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건 학부모님도 교육계에 종사하는 부모였고, 가해 학생을 학생으로 지도하셨다면서 어떻게 이 사안을 가해 학생이 모르게 해결하라고 하신 건지 의문이다.


세 번째 사례) 아이가 코로나 걸린 걸 나보고 책임지라며 화를 내는 학부모님이 계셨다. 두 번째 사례와 같은 분이다. 정말 이럴 때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네 번째 사례) 밖에서 깨진 휴대폰을 학교에서 깨졌다며 휴대폰 관리 하는 학생이 그런 것 같다고 하신 일이 있다. cctv를 돌려봤으나 하교 때까지는 휴대폰을 멀쩡히 들고 가는 모습이 보였고, 휴대폰 관리 하는 학생이 조금 느린 아이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기에 휴대폰 관리 하는 학생이 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학생을 편애한다고 하시고, 즉시 전화를 걸었음에도 사안을 알아보는 동안 자기 전화를 바로 받지 않으면 학교 번호로 전화를 걸어 민원을 거셨다.


다섯 번째 사례) 가족상 중 '제가 장례 중이라 전화가 어렵습니다'라고 했음에도 전화를 끊지 않고 본인 말만 계속 하셨다. 부담임께서 일주일간 대신 담임을 한다고 안내를 드렸음에도 굳이 전화를 해서. 내용은 학생의 친오빠가 코로나 걸려서 가족인 00이도 학교를 못 간단 얘기였는데, 이전에 코로나 양성 나오면 일을 하지 못하니 학생에게 코로나 키트를 주지 말라고 전화해서 역정을 내신 전적도 있다. 00이만 안 주면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말씀드리니 그제야 수그러들었는데 장례 중인 사람에게 굳이 전화를 해야 할 일인지도 의문이다.


구체적으로 적으면 혹여 문제가 될까 대략적인 상황만 썼지만 중학교에 있는 동안 한두분의 학부모님에게 자주 폭언을 당했다.

당시 학교에서는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교권침해는 꿈도 못 꿨고, 이후로는 학생들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 결국에는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정말 좋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많지만, 화가 많은 극소수의(교직 생활 중 5명도 채 안 된다) 학부모님들을 만나게 되면 정말 학교는 지옥이 된다.


저경력 교사일 때는 뭣도 모르고 죄송합니다만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바보처럼 죄송하다고만 했을까 후회가 된다.

더 속상한 건 그 둘의 아이와 학부모님 때문에 예쁜 아이들을 더 신경 써주지 못했고 무표정한 얼굴로 학교 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이런 일을 겪은 후 고등학교에 도망치듯 온 뒤라 그런지, 나는 예전의 열정은 좀 접어두고 사무적인 교사로 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고등학교 와서 맡은 아이들은 천사 그 자체였기 때문에 조금씩 원래의 마음을 되찾았다.

다행인지 요즘은 항상 웃는 얼굴로 아침에 인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기도 한 뒤로 마음이 많이 치유되었음을 느낀다.


고등학교에서의 장점과 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1. 어려운 전공 지식을 가르칠 수 있어 자존감과 성취감이 오름.

2. 학생들이 알아서 잘 함.(학폭, 이르기 거의 없음)

3. 언행과 기본 습관이 올바르게 변함.

4. 담임 업무만 하면 됨.


단점

1. 생기부와 평가의 압박

2. 5시 넘어서 퇴근할 때가 많고 야자를 해야 함.

3. 수능 위주의 수업


물론 일은 고등학교가 압도적으로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어려운 지식을 고민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쾌감과 성취감이 있고, 수업이 잘 되면 보람과 뿌듯함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른다. 특히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직업 만족도가 상승하고, 학생들이 수업이 재밌다고 하거나 오늘 했던 내용에서 어떤 점을 느꼈다고 얘기해 주면 일주일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다.

더구나 아이들이 좀 컸다고 알아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기 때문에 늦게 퇴근하더라도 컨디션은 중학교 때보다 훨씬 낫다는 점에서 요즘은 평화롭다.


생기부와 평가가 힘들긴 하지만 나에게는 학생지도보다는 훨씬 쉬우니 일할 맛이 난다.


어쩌다 보니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비교를 가장한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 토로의 글이 되어버렸다.

나의 교직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일이기 때문에 그 일들을 쓰지 않으면 글이 나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요가, 명상, 템플스테이 등으로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찾기도 했고, 이전에 소개했던 <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교사의 말>과 같은 책을 읽으며 민원 대처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 있는 학교는 민원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시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어 아직까지는 만족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런 일은 나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위안이 되었다. 가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교사로서 잘못 지도한 건 아닌지 더 나은 방법으로 대처했어야 하는 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나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학교는 그리 단순한 곳이 아니다. 전국에 있는 선생님들 파이팅..!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착하고 바른 학생들과 함께라면 학교는 즐거운 곳. 어려운 일은 사랑으로 덮으면 된다. Love wins all!!


나의 목표는 정년퇴직이다. 교감, 교장, 장학관도 아닌 퇴직 전까지 학생들과 교실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것.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그런 교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내기!!


선생님이면 매년 편지를 마구마구 받는다. 이런 작은 편지와 쪽지에도 감동받는게 안 그만 두고 하는 이유 아니겠냐구.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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