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 도시 Marbella 숙소로 이동
“여보, 당신 몸도 좋지 않은데… 우리 따뜻한 곳으로 가족여행을 갈까?”
아내는 말없이 미소로 답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을 찾은 아들 부부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권했고, 그렇게 우리가 정한 곳은 스페인의 말라가였다.
출발 당일 아침, 우리 집 반려견 벨라는 가까이 지내던 이웃집에 맡겼다.
아내와 나는 벨파스트에서 말라가로 향하는 직항 비행기에 올랐고, 아들 부부는 같은 도시에 사는 안사돈과 함께 브리스톨에서 출발해 말라가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로의 비행기 도착 시간이 엇비슷해, 말라가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뒤 수하물을 찾는 곳에서 기다림 없이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말라가는 파블로 피카소가 태어난 도시로,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운 지중해를 품은 해안 도시다. 공항 안은 그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소 춥고 흐린 영국의 3월 초와는 달리, 이곳의 공기는 맑고 포근했다.
우리는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인수해 길을 나섰다. 그러나 다섯 사람이 캐리어까지 싣고 타기에는 다소 비좁아, 출발부터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유럽에서의 렌터카는 당일 보유한 차량 상황에 따라 배정되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으로 선택한 차종과 완전히 동일한 차량을 받기보다는 유사한 등급의 차를 받는 일이 일반적이다. 이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은 종종 예약한 차를 받지 못했다며 항의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시점에 해당 차량이 없기 때문에 렌터카 회사가 제공하는 대체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공항 근처에 있는 명품 아웃렛, McArthurGlen Designer 아웃렛에 잠시 들러 점심을 먹었다. 간단히 허기를 달랜 뒤, 우리는 해안 도로를 따라 숙소가 있는 지중해의 휴양 도시 Marbella로 향했다.
Marbella는 화려한 분위기의 고급 쇼핑가와, 값비싼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로 잘 알려진 곳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와 어우러진 그 풍경은, 도착하기도 전부터 여행의 기대를 한층 더 부풀게 했다.
숙소는 모던 스타일의 아파트 단지로,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방과 베란다가 넉넉해 여유로운 느낌을 주었다.
베란다에 서서 바라본 석양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중해 너머로 붉게 물드는 하늘이 천천히 하루를 닫고 있었고, 그 풍경은 말없이 오래 바라보게 만들 만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