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동행

연둣빛 세상 Malone House

by SoungEunKim

아내와 함께 자주 산책하던 말론 하우스 공원에는 어느새 연둣빛이 스며들고 있다.

겨울 내내 비워져 있던 가지마다 어린잎들이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공원 전체가 부드러운 색으로 채워진다.

이곳은 다양한 수선화가 피어 봄마다 작은 축제가 열린다.

가족들이 모여 웃고, 사진을 찍고, 봄을 만끽한다.

하지만 해마다 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 축제의 의미가 무색해질 때도 있다.

자연은 늘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는 듯하면서도, 결코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화려하게 만개한 꽃들보다, 이제 막 돋아난 어린잎의 연둣빛을 더 좋아한다.

짙어지기 전의 그 색은 가장 생기 넘치는 순간의 아이들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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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엷게 내려앉은 이른 아침의 공원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고요하다.

젖은 공기가 내려앉은 풀밭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을 젖시지만, 그 소리마저 낮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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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찾아오는 봄이지만, 지난겨울의 거친 비바람을 견뎌낸 흔적이 숲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위에 다시 돋아난 연둣빛은 그래서인지 더 단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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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사이로 새들이 먹이를 찾으며 분주히 움직이고, 다람쥐는 이리저리 가지를 오르내린다.

그 풍경 속에 사람들도 하나둘 채워진다. 각자의 속도로 걷고, 멈추고, 바라본다.

그중 한 노인은 늘 같은 길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듯 보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뒷모습에서 세월의 무게가 보이지만 이 공원의 아침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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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소리 없이 계절이 바뀌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자주 이곳을 찾는다.

변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나 역시 그 변화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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