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이야기가 남은 거리

벨파스트

by SoungEunKim

주말이면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저절로 눈이 일찍 떠진다.

창밖에는 어린 새들과 어미 새들의 합창으로 잠든 대지를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몸을 일으킨다.

오랜만에 벨파스트시내의 아침 풍경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예전에는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던 길들을, 오늘은 발걸음으로 더듬듯 천천히 짚어보기로 한다.

이른 아침의 시내는 숨을 죽인 듯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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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 옆 골목으로 접어들자, 선술집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지난밤의 소란스러운 웃음과 이야기들이 미처 걷히지 못한 채, 공기 속에 희미한 잔향으로 떠다니고 있다.

그 길 위에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과, 하루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사이로, 지난밤의 취기를 다 지우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도는 젊은이도 눈에 들어온다.

한 커피숍은 막 아침의 문을 열고 있지만, 아직 따뜻한 커피 향은 거리까지 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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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은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펼쳐 보인다. 색과 선 사이에는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이 겹겹이 스며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가 된다. 그러나 시선을 살짝 바꾸면, 셔터문 위에 무심히 남겨진 낙서들이 보인다. 맥락 없이 흩어진 흔적들은 앞선 풍경과 어긋나, 보는 이의 마음에 작은 거슬림으로 다가온다. 같은 거리 위에 놓여 있지만, 무엇은 도시를 말하고 무엇은 그 결을 흐린다. 그 대비가 오히려 이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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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 앞에서는 한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외벽에 새 페인트를 입히고 있다. 밤의 흔적 위로, 또 다른 하루가 덧칠되고 있다.

도시의 하루가 그렇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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