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글리 Nov 16. 2021

테니스 치기 좋은 나라 2. 라켓가게에서 만난 인연

[테니스 여행 Tip 2]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환경 찾기

 캐나다에 오기 전에 같이 테니스를 치던 분이 혹시 전지훈련 가는 거 아니냐고 농담한 적이 있다. 정말 웃기면서도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제 전지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새 라켓을 샀기 때문이다.


'바볼랏 퓨어 스트라이크팀'


작년에 쓰던 라켓인데, 어찌나 막 다뤘는지 2년도 못쓰고 헤드가 부러지는 대참사가 났었다. 이후로 요넥스 e-zone으로 바꿔서 치다가 다시 사려던 걸, 여기 와서 사려고 참고 참았다.


결론은 참길 정말 잘했다.


 훈련 기간(?)을 낭비할 수 없어서 도착한 첫 주부터 테니스 샵을 찾아다녔다. 운동복과 테니스화 외에는 전혀 가지고 온 것이 없었다. 라켓을 들고 올 방법도 애매했고, 쓰던 라켓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간 가게는 집에서 40분 정도 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곳이었다. KFC 할아버지보다 조금 더 날씬하고, 키 큰 할아버지가 안경을 끼고 가게에 앉아있었다.


가게에는 퓨어 스트라이크 오렌지색 라켓이 두 자루 걸려있었다. 285g이랑 300g이었던 것 같다. 줄도 매어져 있고, 그립도 감아져 있고, 중고 같았다. 할아버지가 눈이 안 좋아서 라켓 무게를 읽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 270g은 없다고 했다.


다른 것도 더 둘러보고, 이런저런 정보도 묻고 싶었는데, 내가 더듬더듬 영어 할 때마다 애처롭게 바라보셔서 그냥 인사만 하고 나왔다. 다음에 라켓 사면 줄이라도 매러 다시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찾아간 두 번째 가게는 온라인 사이트도 있었고, 내가 찾는 모델에 그립 사이즈가 종류별로 다 있었다.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엄청 외딴곳에 내렸는데, 창고형 매장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엄청 설레었다.


여기다!


최신 테니스 의류들이랑 신발들, 그리고 테니스 라켓, 스쿼시 라켓, 배드민턴 라켓. 직원 두 분은 줄을 매고 있었고, 다른 분이 찾는 거 있냐고 물어봐 주었다. 역시나 내가 찾는 라켓이 있었다. 직원분이 어떤 커튼을 열고 옆으로 들어갔는데, 살짝 보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코스트코 같은 느낌의 어마어마한 창고가 있었다.


그립 사이즈는 4 1/8을 권해주셨다. 한국에서는 4 1/4 사이즈만 봐서 다른 건 잡아본 적이 없었지만, 항상 그립이 두껍다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잡아 본 작은 그립 느낌이 맘에 들었다.


 공은 3개 들이를 주로 사용하는지 죄다 3개짜리다. 처음엔 윌슨 공을 집었는데, US OPEN 버전이 더 잘 나간다고 해서 그거 3구짜리 3캔 집어 들고, 줄은 추천받은 걸로 매고 가기로 했다.


계산을 하려는데 다른 직원이 내가 라켓을 잡는 걸 다시 확인하고는 더 작은 그립을 추천해 줬다. 오버그립을 감으면 그립이 더 두꺼워질 거라서 4인치 그립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이분 천잰데? 이렇게 당연한 걸 왜 생각 못했을까!


결국 4인치 그립으로 계산하고, 텐션은 50/50을 추천해 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예전 코치님이 추천해 주신 텐션이 46/48이었는데, 사실 그걸 구분할 정도가 되지 못해서 크게 상관없었다.


계산이 끝나갈 무렵에 천재 직원이 나한테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다. 맞다고 했더니 본인도 한국인이라고 했다. 계속 영어로 말하길래 한국말 못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불편하면 한국말로 하셔도 돼요."라고 말해줬다. 고마움과 동시에 부끄러운 느낌에 귀 끝까지 빨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하고 싶었던 질문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줄 매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테니스를 칠 수 있는 데가 많은지, 코트장 사용은 어떻게 하는지, 같이 칠 사람은 어떻게 찾는지. 직원분도 나에게 왜 가로 세로 텐션을 다르게 했었는지 물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무지한 나의 테니스 지식이 드러났다.


 직원분이 알려준 한국인이 많이 치는 곳은 역시나 집에서 너무 멀었다.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없었고, 구글링만으로 알아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하면 주변 클럽에 같이 칠 만한 한국분을 소개해 주신다고 했다. 진짜 세상에나 만상에나 감동이었다.


일단은 라켓 가게가 집에서 너무 멀어서(한 시간 넘게 걸린다) 집 주변 먼저 알아보고, 혹시 못 찾으면 연락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받아왔다. 집으로 돌아갈 길이 너무 멀고, 가방은 무거웠지만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역시 이건 전지훈련이 될 것 같다.




[테니스 여행 Tip 2]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찾기


1. 테니스 샵 찾기

  - 구글 지도에서 'tennis shop'을 검색하면 가게의 위치는 물론이고, 요일별로 영업시간까지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토론토에는 다양한 테니스 샵이 있다. 큰 매장도 가보고, 자주 갈 수 있는 집 근처 작은 매장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Merchant of Tennis
이스트 요크 지역에 있으며, 일주일에 10달러를 내면 라켓을 데모해 볼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도 구매 가능하며, 웹사이트에서 구매 후 매장에서 픽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소: 1621 Bayview Ave, East York, ON M4G 3B5 캐나다
웹사이트: https://www.merchantoftennis.com/
휴무일: 일요일, 월요일

RacquetGuys
마크험 지역에 있으며, 매장 규모가 크고 주차가 편리하다. 라켓 데모가 가능하며, 웹사이트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주소: 7400 Victoria Park Ave Unit 5, Markham, ON L3R 2V4 캐나다
웹사이트: https://racquetguys.ca/
휴무일: 월요일

Game Set Match Tennis Boutique
매장이 크지는 않지만 오래되었다. 동네가게 같은 분위기가 친근한 느낌을 준다.
주소: 782 Annette St, Toronto, ON M6S 2E2 캐나다
웹사이트: https://game-set-match-tennis-boutique.business.site/?m=true
휴무일: 월요일

Sport Chek
이튼 센터 안에 있는 스포츠 매장으로 테니스 용품도 구비되어 있다. 접근성이 좋지만, 용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주소: 218 Yonge St, Toronto, ON M5B 2H6 캐나다
웹사이트: https://www.sportchek.ca/stores/eaton-centre.html?utm_source=Organic%20Search&utm_medium=LSS
휴무일: 없음



2. 라켓과 공 구매, 그리고 줄매기

  - 라켓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면, 내가 원하는 브랜드나 느낌 등을 토대로 라켓을 추천해 준다. 그립은 직접 손에 쥐어볼 수 있으며, 직원이 손 사이즈를 보고 선택에 도움을 준다.

신형 라켓은 대부분 데모 버전이 준비되어 있어 구매하지 않고도 일주일 정도 라켓을 써볼 수 있다. 데모 버전은 그립이나 무게가 다양하지 않지만 라켓 선택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텐션은 주로 50/50으로 매어 주는 것 같은데, 이것은 다양한 샵을 가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다만 가로, 세로 텐션을 같게 매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공은 주로 3구짜리를 구매하면 된다. 보통 게임을 할 때 공 3개를 사용하기 때문. 2구짜리 공은 사고 싶어도 매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3. 테니스장 위치 확인하기

  - 구글 지도에서 'tennis court'를 입력하면 주변의 테니스장 사진과 사람들의 리뷰를 볼 수 있다.

  - Map.Art.com에서 나온 토론토 지도를 구매하면 테니스장뿐만 아니라 각종 운동시설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하기 좋다. 지도는 Canadian tire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테니스 치기 좋은 나라 1. 테니스 치러 캐나다에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