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 그런 사람을 만나? “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적당한 타이밍은 항상 따로 있는 것 같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라켓가게를 갔었고, 물건을 계산해 준 직원이 평소에도 조금은 어리바리했는지, 라켓 동생이 계산이 끝난 걸 다시 확인해 줬다.
다행히 오버그립이 두 번 계산되어 있었고, 그 돈은 돌려받았다. 구매한 라켓은 퓨어 스트라이크 팀. 이전에 쓰다가 부러뜨렸는데, 이번에 리뉴얼된 게 나왔길래 그걸로 결정했다. 그립은 1그립(4와 1/8인치)였는데, 오버그립을 감으면 그립이 더 두꺼워질 테니 0그립(4인치)도 괜찮을 거라고 라켓동생이 조언해 줘서 0그립으로 바꿨다.
이후로 공도 치고, 밤늦게 공을 치고 나선 매번 먼 길을 라이드 해줘서 길도 잘 모르던 때 맘 편히 테니스를 칠 수 있었다. 시즌제로 운영하는 클럽 가입과 팀 활동에 대한 정보도 다 거기서 알게 됐다. 캐나다에 만난 친구에게 테니스 코트 정보를 알려주며, 라켓동생 얘기를 했더니, 도대체 그런 사람은 어떻게 만나냐며 신기해한다. 나도 신기하다.
날씨 좋은 날 만난 언니
한인커뮤니티에서 알고 간 모임 첫날은 별로였다. 픽업부터 조금 삐그덕 거렸다. 주소만 알면 찾아갈 수 있었을 텐데, 많이 걸어야 한다고 해서 픽업을 하게 됐다. 연락 한번 해본 적 없는 사람 차를 타야 했고, 은근히 불편했다. 차라리 걷는 게 낫겠단 생각을 했다.
가입을 고사하고 그 주 주말에 했던 약속도 취소했는데, 일주일쯤 지나서 다시 모임 리더한테 연락이 왔다. 시간이 되면 와서 치라고.
날씨 좋은 날 신나게 랠리 하고, 게임도 하고. 사비언니랑 번호도 교환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사비언니가 라켓동생이 있는 언덕클럽의 C팀에 들어가 있었다! 이런 우연이!
그리고 다음날 전화가 왔다. 언니가 캡틴한테 내 얘기를 했는데, C팀에 오라고 했다고 하는 거다. 이미 농장클럽 한다고 했는데.. 이런 얄궂은 타이밍도 있네.
당장 이번주부터 리그 시작인데, 농장클럽에 안 한다고 해도 될지 머리가 또 엄청나게 아팠다. 게다가 농장클럽이랑 언덕클럽은 같은 division이어서 리그하가 서로 만날 텐데, 민망할 게 분명했다.
가장 큰 고민은 농장클럽은 집 앞이라 언제든지 갈 수 있게 회원권은 유지하고 싶다는 것. 고민을 다 못한 상태에서 결국 첫 주 리그 스케줄 메일이 왔고, 첫 경기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결정을 미루고 미루다 인터카운티 리그가 시작되었고, 결국 나는 농장클럽에 남았다. 언니는 주로 혼복을 하고, 나는 여복을 해서 직접 경기를 하진 않겠지만, 언덕클럽이랑 매치하는 날에 아는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뻤다.
그리고 중요한 건 매치가 아니더라도 함께 공을 치고 싶어서 언덕클럽 회원도 신청했다.
그리고 한 명 더
처음엔 몰랐는데, 칠 수록 잘 치는 게 느껴지는 친구가 있다. 역시나! 처음엔 봐준 거였다.
그 친구는 언덕클럽 B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한글이름이 어려워서 언덕클럽에서는 다들 '수'라고 부른다. 대학 때 동아리에서 쳤다고 했다. 확실히 어려서 시작한 친구들은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것 같다.
나도 점점 감 잡아가고, 그 친구도 요즘 점점 감을 잡았는지 이제 점점 공을 세게 준다. 어쩌다 한 번 잘 받아치면 정말 기분이 좋다. 그리고 배려하는 운동을 하는 게 느껴져서 파트너든 상대편이든 같이 치면 마음이 편하다.
퍼블릭 코트에서 테니스 치는 날 라켓동생도 불러서 수랑 같이 치게 했더니, 수가 테니스에 더 열정이 붙어버린 것 같다. 수도 곧 언덕 클럽에 가입할 것 같다.
언덕 클럽에서 다같이 모이면 정말 신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