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쳉스토호바 기행] 광장 지하에서 발견한 시청의 흔적

<쳉스토호바 구 시청사관>, 순례 도시 쳉스토호바가 걸어온 길

by 흑투리


폴란드의 최대 수도원 '야스나 고라(Jasna Góra)'가 있는 도시, 쳉스토호바(Częstochowa). 사실상 야스나 고라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할 거의 유일할 이유나 마찬가지인데, 감사하게도(?) 교환학생인 투리 본인으로서는 다른 곳들도 구석구석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마 투리의 이전 글을 읽으신 분들, 혹은 폴란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야스나 고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정작 '쳉스토호바'라는 도시의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일단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는 건 확실히 알겠는데, 그렇다고 쳉스토호바가 야스나 고라 이외에는 의미가 없는 도시일까?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투리는 쳉스토호바를 구석구석 돌아다녀 보았다. 그리고 그들 중 한 군데가 이번 글에서 소개할 박물관, 쳉스토호바의 舊 시청사 박물관(Muzeum Częstochowskie - Stary Ratusz)이다. 해당 박물관은 쳉스토호바의 시작이 어떠했는지를 다루는 작은 전시관이다. 이 도시의 메인 디시 야스나 고라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 배경을 담은 애피타이저부터 조금씩 맛보지 않겠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투리의 기행글들을 보면서 유럽, 특히 폴란드와 친해지는 복된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비 오는 쳉스토호바의 거리를 지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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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시내 광장(Stary Rynek)을 돌아다니는 도중 지하에 전시관 비스무리한 곳이 보였다. 안에 들어가 보니, 한 안내원이 티켓 부스 앞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소도시 분이라 영어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표를 사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성공했다. 다소 작은 전시관이긴 해도 한 번 안으로 들어가 볼까?



20250425_124005.jpg 쳉스토호바의 전체적인 마을 그림.



이 박물관은 주로 구시장 광장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곳인데, 인근 교회 및 수도원 단지에서 발굴한 유물들도 같이 전시하고 있다. 원래는 이 부근에 아이스링크가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한 차량이 바닥을 손상시키면서 16세기에 세워진 최초의 쳉스토호바 시청사 지하실 유구가 드러났다. 이후 여러 조사를 통해 쳉스토호바의 과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자, 결국 해당 광장은 지금과 같이 위의 유물들을 전시하는 공간이 되었다.



20250425_125052.jpg 쳉스토호바에 대한 작은 지도 이미지.



그럼 조금씩 전시관이 말하는 있는 체스토호바에 대해 얘기해 보자. 도시 체스토호바는 폴란드의 실롱스크 주(Silesian Voivodeship) 북부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들 중 하나로, 이름은 전설적인 정착자 체스토보르(Częstobór) 또는 체스토미르(Częstomir)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체스토호바가 폴란드 역사에서 유의미하게 기록되는 시점은 14세기 중반쯤부터였다. 1356년, 카지미에시 대왕은 왕이 각 도시들을 순행할 때 왕과 수행원들을 접대해야 할 의무를 지닌 문서를 발급했는데, 그중에는 체스토호바도 포함되어 있었다.



20250425_125431.jpg 아까 설명했던 카지미에시 왕의 문서(위)와 오폴치크 공의 문서(가운데), 그리고 카지미에시 왕의 비석(아래)



시간이 흘러 폴란드 왕위가 카지미에시 왕의 후계자인 앙주가의 루이에게 넘어가자, 나라의 상당 부분이 브와디스와프 2세 오폴치크 공(Władysław II Opolczyk)에게 넘어간다. 오폴치크 공은 그에게 새롭게 주어진 지역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체스토호바 역시 그 지역들 중 하나에 포함되었다. 체스토호바는 중세 무역로의 바르타 강(Warta River) 도하 지점에서 잘 발전할 수 있었다. 이 도시가 처음으로 '도시'로 언급된 시점은 1377년 5월 3일 오폴치크 공의 문서에서였다. 이 시점 이후의 문서들은 이 도시가 잘 정비된 도시 공동체임을 보여주었다.



20250425_125633.jpg 옛 쳉스토호바의 시청 모습이 담긴 프러시아 지도. 1795



지금부터 우리가 볼 유물들은 쳉스토호바 안에서 다양한 시기의 유물들에 속하는데, 광장에서 고고학적 연구가 일어난 범위는 투리가 있는 전시실을 포함해 시장 구역 전체였다. 이때 지금의 전시실은 과거 쳉스토호바의 옛 시청 지하실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한편 다른 쪽의 광장에서는 각각 다른 시대의 네 개의 우물들이 발견되었고, 시청 서쪽에는 상점 가판대들의 유적도 있었다. 그 외에 기능이 명확하지 않은 구조물들도 여럿 있었다. 어떤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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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으로 마주한 유물들은 위 사진 속 유물들! 위쪽의 검은 고리형 물건들은 철제 팔찌고, 토기처럼 생긴 물건들은 각각 도자기 그릇의 파편과 국자의 일부이다. 이 유물들은 지금은 없어진 성 지그문트(St. Zygmunt) 성당의 발굴 조사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모두 선사 시대의 유물들로 여겨지고 있다. 이 말은 즉 쳉스토호바가 도시로 존재하기 이전에도 사람들이 살았다는 얘기!



20250425_130226.jpg 야스나 고라를 포위한 스웨덴군을 그린 그림.



위 그림은 얀 알렉산데르 고르친(Jan Aleksander Gorczyn)이 그린 판화로, 남쪽에서 본 탑과 성벽 일부의 모습이다. 해당 그림을 보면 17세기 중반의 쳉스토호바는 성벽이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각 거리를 따라 곡선을 이루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또한 성문은 각 구역 간 주요 도로의 진입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예를 들면 동쪽의 성문은 바르타(Warta) 강의 다리 근처로 이어지는 지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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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속 유물들은 시장 광장에서 발견된 철제 유물들. 이 유물들은 시청 북서쪽에서 불에 탄 목재 조각에서 나온 숯이 포함된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보시다시피 철편과 함께 비철 금속 합금 조각들이 여러 개 전시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특정 구역 안에서만 발견되었다. 이 사실을 통해 해당 구역 안에는 대장간이 운영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대장간 건물은 심하게 파손되어서 건물의 크기와 형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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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유물들은 당시 있었던 상점들의 일부 파편들! 왼쪽의 나무 조각들은 목재 핀이고, 오른쪽의 돌처럼 생긴 큰 유물들은 상점 타일의 일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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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쳉스토호바의 옛 시장 광장에서 발견한 타일 유물들. 이 타일들에는 특별히 문양이 보이는데, 실제로 중세 시대의 교회와 수도원 내부 바닥을 장식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의 타일은 주로 점토로 만들어졌는데, 나무나 금속으로 만든 틀에 문양을 찍어 제작했다. 그중에는 문장이나 성인의 형상을 묘사한 것들도 있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타일들은 체스토호바 지역에서 출토된 가장 큰 중세 타일 수집품 중 하나에 속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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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이 큰 편이 아닌지라 벌써 상당수의 유물들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 전시관에 관해서 할 얘기는 舊 시청사에 대한 내용 정도인데, 연구에 따르면 원래 시청사는 부유한 도시들에서만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도시가 작은 편이었던 쳉스토호바는 도시로 지정된 이후에도 200년이 지난 1502년에나 시청사가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1564년과 1660년 사이의 기록에 따르면, 해당 건물에는 벽돌로 된 지하 저장실과 여관이 함께 운영되었으며, 지역 맥주도 판매되었다.



시청사의 외관이나 내부 공간의 용도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가설적인 추정은 가능하다. 해당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곳들은 대회의실과 법정이었는데, 이 두 방은 대표성과 상징성을 지닌 관계로 벽화나 격언 등으로 장식되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여러 공간들도 존재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문서보관소, 금고, 서기관 사무실이나 도서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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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해당 박물관을 통해서 쳉스토호바의 여러 가지 내용들을 이야기해 보았다! 정말로 글이 간단해서 뭔가 허무하게 끝난 느낌도 들지만, 원래 이 박물관은 쳉스토호바의 시가지에 대해 설명할 때 함께 다루려고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미 도시와 시가지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도 분량이 꽤 될 것 같아, 해당 글을 보충하는 느낌으로 이렇게 따로 적어 보았다.



어쨌든 쳉스토호바의 시장 광장, 그 아래에는 이런 공간이 있었다는 얘기~! 비록 내용은 짧았지만, 부디 이 글이 이전 글에 대한 참고용으로나마 잘 쓰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 여기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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