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쳉스토호바 대성당>을 비롯한, 숙소 주위의 두 교회들
아무래도 소도시에 오래 있다 보면, 할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
남들은 당일치기로 가는 쳉스토호바에 3박 4일을 머문 투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말은 반대로 말하면 하루의 시간조차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말.
하나를 하더라도 확실히 하려는 투리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사실 쳉스토호바의 1일차는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다.
작은 박물관을 돌아다닌 걸 빼면 거리랑 교회들만 조금 돌아다닌 정도.
애초에 날씨도 흐려서 그리 야외 관광에 어울리는 환경도 아니었다.
사진을 보시라. 바깥 구경하기에 좋은 환경은 솔직히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만 흐린 날이 첫째 날인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 뒤의 나날들은 맑은 날씨일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딱히 근거는 없지만) 게다가 이동을 마친 첫째 날은 항상 시간도 적고 지치는 법. 애초에 이번 여행은 게으름 피면서 다닐 생각이었기에 아쉬운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바르샤바에서 자든 여기서 자든 어차피 매한가지니까.
그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던 와중, 우연히 큰 성당이 하나 투리의 눈에 띄었다. 오, 저 교회는 어디길래 저렇게 대로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걸까? 확인해 보니 이 교회는 쳉스트호바의 시가지 중심부에 있는 성 지그문트 성당(Kościół św. Zygmunta w Szydłowcu)! 얼핏 보면 그냥 큰 동네 교회처럼 생겼지만, 이 교회가 지어진 시기는 약 1350년경. 의외로 그 야스나 고라보다도 오래된 교회이다!
이 교회는 원래 야스나 구라에 속한 본당 교회의 분교였는데, 1382년 오폴레 공작(Władysław Opolczyk)이 야스나 구라 언덕에 바오로 수도회(The Pauline Order)를 정착시키자 본당 교회로 바뀌었다. 해당 교회의 초대 본당 신부는 오스토야(Ostoja) 문장을 지닌 베슈노 출신의 헨리크 비엘(Henryk Biel)이었다고 한다.
성 지그문트 교회는 처음에는 목조 건물이었으나, 1598년 사목 방문 기록에 이르러서야 벽돌로 건축되었으며 내부도 잘 갖추어졌다는 기록이 확인되었다. 다만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이 옛 고딕 양식의 교회는 여러 단계에 걸쳐 건축되었다. 많은 쳉스토호바 시민들이 이 교회와 자선 기관들에 유산을 기증하면서 교회는 확장될 수 있었지만, 화재들로 인해 번번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인 재건과 증축을 거치면서 성 지그문트 교회는 지금과 같이 쳉스토호바 현지인들의 가까운 교회가 되었다! 역사적 연속성은 유지되면서도 여러 시대가 겹겹이 쌓인 결과물. 처음에는 고딕 양식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로크 요소가 더해진 양상이 이 교회의 건축 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유럽의 교회들은 상당수가 역사가 깊은지라, 이렇게 여러 양식이 혼합된 교회들이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해당 교회에 설치된 주요 설비와 가구에는 1874년 제작된 네오 바로크 양식 4주식(四柱式) 주제단과 1787년 제작된 후기 바로크 양식 측면 제단 2기 등이 있다. 또한 이 교회는 현재는 사제관으로 쓰이는 舊 수도원 건물과도 이어져 있는데, 수도원 서쪽에 붙은 지붕 있는 현관 통로가 원래 그 두 공간을 잇는 통로였다고 한다.
통로를 따라서 다른 건물들도 둘러보려고 했으나, 모두 잠겨 있는 데다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것 같아 관람은 거기에서 끝났다. 밖을 나가니, 예복을 입은 한 사제가 다른 남자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차 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투리가 확실히 가톨릭이 아니다 보니 신부님들을 자주 보지 못해서 그런지, 세속과 함께하는(?) 사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해당 종교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스님이든 사제든, 뭔가 평소에도 경건한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볼거리가 떨어지자, 보던 교회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 그런데 숙소 쪽으로 가니, 또다른 교회가 투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는 어디지? 흐린 날씨를 뚫을 정도로 붉으면서도 화려한 외관에, 본인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짐을 먼저 숙소에 맡겨 두고 움직이자.
투리가 머문 숙소는 'Hotel Haga'라는 곳으로, 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은 1성급 호텔(?)이다. 사실상 모텔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 하지만 위치가 시가지에서 가까운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다른 곳들에 비해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투리 입장에서는 이곳을 고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체크인을 하러 계산대에 들어가니, 숙소 주인은 본인을 보고는 방 위치와 함께 야스나 고라 수도원의 방향도 친절히 알려주었다. 보아하니 이곳을 거쳐간 관광객들도 다들 야스나 고라를 볼 목적으로 여기에 묵었나 보다.
어쨌든 숙소 뒤쪽에 있는 교회의 정체를 확인해 보니, 저 교회의 이름은 쳉스토호바 대성당(Bazylika archikatedralna Świętej Rodziny w Częstochowie)! 놀랍게도 위의 성당은 쳉스토호바의 대표적인 교회들 중 하나라고 한다.
유럽 내에서도 규모 있는 대성당으로 유명한 이곳은 네오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로마(라틴) 전례를 따르는 3랑식 교회이다. 본격적인 건축은 1901년부터 1927년까지 진행되었고, 설계자는 콘스탄티 보이치에호프스키(Konstanty Wojciechowski)라는 건축가이다. 원래 해당 터는 공동묘지 터였는데, 자료에 따르면 1825~1898년 사이에 부지 관련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투리 본인이 여기에 살았더라면 공동묘지 터가 성당으로 바뀌는 일에 대해 기뻤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집 뒤편에 으스스한 공동묘지보다는 규모 있는 교회가 있는 게 낫기는 하니까.
본당 안으로 들어가니, 예배당 안은 환영식 느낌으로 약간 꾸민 분위기였다. 직접 눈으로 보니 소문대로 규모가 크다 싶었는데, 아까 교회의 예배당과 비교해 보니 확실히 차이가 난다. 원래 쳉스토호바의 유일한 본당 교회는 방금 전에 봤던 성 지그문트 교회였지만, 19세기에 분열되었던 두 쳉스토호바가 통합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기존의 교회는 더 이상 모든 신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성전 건립이 결정된다. 그 결과 해당 성당이 생긴 것이다.
쳉스토호바 대성당은 벽돌로 지어졌으며, 라틴 십자가 평면을 따른다. 성당의 외형에서 눈치챘겠지만 정면에는 피라미드형 첨탑으로 마감된 두 개의 탑이 있으며, 전망대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또한 신랑(nave)과 십자형 가로 부분이 교차하는 지점 위에는 종을 알리는 작은 첨탑(시그니처 터렛)도 세워져 있다. 지하 납골당에는 쳉스토호바 주교들의 묘실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데도 아니고 투리가 예약한 숙소 바로 근처에 이런 엄청난 성당이 있었을 줄이야. 보통 사람들은(사실은 폴란드 소도시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가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거지만) 쳉스토호바 여행 하면 야스나 고라 수도원만을 떠올리겠지만, 잘 찾아보면 이렇게 숨겨진 명소도 존재한다. 이런 명소들을 우연히 발견해 내는 것이 여행의 묘미들 중 하나인 것 같다.
20세기 네오고딕 대성당의 대명사로 알려진 쳉스토호바 대성당! 이 대성당에 관해서도 여러 정보들이 있지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까지만 알아도 충분한 것 같다! 처음에는 위의 두 교회들이 서로 무관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서로 역사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신기했다. 게다가 이 교회들 모두 투리가 예약한, 그것도 비용이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숙소에 있었을 줄이야!
그렇게 별거 아닌 마음으로 방문했던 두 교회를 마치고, 투리는 그날의 여행을 만족스럽게 마쳤다. 그러고도 시각은 아직 오후 6시. 돌아다닐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이미 지금까지의 여정에 피로가 축적된 탓에 그날의 관광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날씨도 흐린 탓에 갈 만한 곳이 적었던 것도 한몫했지만.
다만 워낙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쳉스토호바에서, 숙소 근처에 이렇게 유의미한 장소들을 발견한 점은 의외였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 필자 본인이 유럽 교회에 대해 호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완벽주의에 탐험가 기질까지 가지고 있는 투리로서는, 사실 폴란드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여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소감을 짤막하게 밝히면서, 이번 글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다! 오늘도 해당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많은 유익이 있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