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쳉스토호바 기행] 와따 성당 앞에서도 채굴을 하네

<쳉스토호바 철광석 광산 박물관>, 채굴의 역사가 담긴 유일한 박물관

by 흑투리


야스나 고라를 얼추 다 돌아보고 다시 시가지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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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지하 통로로 향하는 박물관이 하나 있었다. 여행을 시작한 첫째 날에 '쳉스토호바'라는 도시를 이해할 수 있는 추천 박물관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이 박물관도 그들 중 하나. '쳉스토호바 철광석 광산 박물관(Muzeum Górnictwa Rud Żelaza w Częstochowie)'인 이곳은, 쳉스토호바 지역의 오랜 철광석 채굴 역사와 광산산업 전통을 보여주는 유일한 시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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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문이 잠겨 있어서 못 들어가나 싶었지만, 잠시 후 안내원이 나타나서 박물관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때 투리의 뒤에는 휠체어를 탄 나이 드신 분과 그분을 돕는 가족 분들이 계셨는데, 박물관 문이 열리자 먼저 안내원의 가이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아쉽게도 여기는 현지인들을 위한 박물관이었는지, 이 박물관 안에 영어 문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겨우 들어온 이 박물관을 그대로 포기하고 돌아갈 수는 없는 일. 번역은 나중에 AI에게 맡기도록 하고, 지금은 일단 박물관 안의 감성만 충분히 누리다 돌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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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광산에서 발견된 유물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박물관을 소개하자면, 해당 박물관은 스타니스와프 스타시치 공원(Park im. Stanisława Staszica) 안에 자리 잡은 박물관이다. 다만 이 박물관 안에 조성된 지하 통로는 과거 실제로 채굴하던 곳은 아니고, 채굴 현장을 재현하려는 의도로 1974~1976년에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첫 공식 운영은 1966년 1월이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4세기부터 체스토호바 인근에서 운영되어 온 철광석 광산들이 폐쇄되는 시점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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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폴란드에게 있어 철광석 광구는 상당히 각별한 곳이었다. 왜냐하면 폴란드 땅에는 철광석이 경제적으로 석탄이나 아연, 소금보다도 중요한 반면 매장량은 적었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철광석은 쳉스토호바 지역, 올쿠시 지역, 키엘체-라돔 지역의 세 광구에서 산출된다고 한다. 이때 쳉스토호바 광구에 매장된 철광석은 층상 또는 수형 사이더라이트(FeCO₃) 형태로 존재했다. 이들은 쥐라기 시대의 잔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20250427_140542.jpg 실제 폴란드 내 특정 지역의 시추공 기록 지도



철광석 광산이 활발히 개발되던 시점은 20세기 후반부터. 광상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시추공들이 뚫렸는데, 그 대부분은 1950~60년대에 수행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시추공들 각각에서 기록된 깊이 자료들을 통해서 새로운 지질 단면도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 단면도를 통해 서로 다른 지층을 구분하는 경계면도 재현할 수 있었다.



20250427_140403.jpg 광업 3급 감독관의 공식 예복 제복.



몰랐던 사실인데, 이 박물관에는 '광부 제복'도 따로 있었다. 광업 분야에서 의장용으로 쓰이던 이 옷은 간부에게 상을 수여받는 순간에 입는 옷으로 보인다. 제복에 달린 훈장에는 여러 개의 공로 훈장들과 광업 장기근속 훈장, 노동기 훈장 등으로 주렁주렁 장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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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앞쪽 내용은 얼추 구경했으니 이제 지하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자! 과연 이 안에 있는 모의 광산은 얼마나 재현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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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 보니, 이 전시 공간은 철광석 채굴 현장을 최대한 실물 크기로 재현했고, 과거 광부들이 사용했던 여러 장비, 운반 수단, 조명 도구들도 군데군데 전시해 놓고 있었다. 그 외에도 채굴용 광산 갱도펌프실, 채굴 현장 장비기계 등이 여러 대 마련되어 있었고, 광산 도구채굴 방법을 설명하는 전시물들도 많았다. 문제는 그 설명이 폴란드어밖에 없다는 것이지만.



20250427_140732.jpg 광산 안 펌프의 일부분.



위 사진에서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은 펌프. 광산의 물은 갱도의 가장 낮은 부분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 물은 배수 장치를 이용해 지상으로 끌어올려진다. 안 그러면 작업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광산에서 펌프가 처음 사용된 시기는 15세기 중반이었는데, 당시에는 피스톤식 펌프가 사용되었다. 그전에는 배수 갱도를 통해 물을 빼내거나, 양동이나 수동식 물 퍼올림 장치 등으로 아래에서 직접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19 세기말쯤 되었을 때 증기 동력 펌프를 쓰면서 기술이 발전하더니, 나중에는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원심 펌프가 도입되었다. 1945년 이후에는 광산의 사용 범위가 더욱 깊어지면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증가해 아예 펌프실이라는 공간을 크게 마련했다. 이렇게 퍼 올린 물은 침전조로 보내졌고, 이후 중력에 의해 바르타 강 유역의 수로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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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 기계의 구조와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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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의 펌프실을 둘러보니, 광산의 구조대에 대한 설명도 소개되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광산에는 갱도의 붕괴, 낙반과 채굴 구역의 침수, 화재, 위험 가스로 인한 중독과 폭발, 그리고 중노동에 수반되는 각종 사고의 위험이 있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인류는 위험한 조건 속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전문 기술들을 필요로 했다.



이에 1956년, 지역 광산 구조대 기지는 사비누프(Sabinów)에 먼저 설립되었으며, 이는 체스토호바 지역의 모든 철광석 광산을 관할하였다. 초기 구조대는 5명으로 구성된 한 개 조로 시작했으나, 이후 두 개 조로 확대되었고, 12대의 산소 호흡기를 보유했으며 심지어 ‘전투 차량(bojowy)’이라 불리는 차량도 갖추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2년 철광석 채굴이 축소되면서 전문 구조대는 해체되었고, 대신 철광석 광산들에 상시 구조 대기 인력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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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구조대원들이 들고 다녔던 안전 장치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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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파기와 드릴 사진들.



광산 안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환기 역시 광부의 효율과 안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광산이 깊을수록, 규모가 클수록, 내부 온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광맥의 가스 함량이 많을수록 환기는 더욱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이에 다수의 수직 갱도를 가진 광산에서는 자연 환기 방식이 사용되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모든 광산에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환풍기를 설치했다. 이때 사용된 환풍기는 주로 공기를 밀어 넣는 방사형 환풍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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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광석에는 발파 기술도 널리 사용되었다. 초기의 17세기에는 흑색화약을 사용해 암석을 깨뜨리는 방식을 썼지만, 1831년에 도화선이 발명되면서 점화가 더욱 용이해졌다. 그러다가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와 기폭장치 발명을 계기로 19세기말에는 전기 점화기가 도입되어 기존의 점화 방식이 점차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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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암석에 폭약을 장전하기 위해서는 항상 수작업 또는 기계로 발파 구멍을 먼저 뚫어야 했다. 이때 발파 작업에 사용되는 도구를 ‘발파 자재’라 한다. 여기에 폭약, 기폭 장치, 점화 장비 등이 포함되는데, 폭약과 기폭 장치는 탄약고에서 지급되며, 발파 작업자는 이를 특수 통이나 용기에 담아 운반한다. 전기 점화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점화 장치까지 연결할 전선과 전원 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 위에 보시는 사진이 그 모습을 일부 재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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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부가 광산에서 일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



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채굴 과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위에서 설명한 모든 단계는 이 광물을 캐내는 채굴 과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한데, 암석 채굴이란 암반에서 광석을 분리하고, 이를 적재와 운반에 적합한 크기로 파쇄하는 과정을 말한다. 채굴은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곡괭이를 이용한 수작업도 있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발파 과정을 통해 분리된 것들을 얻는 방법도 있다. 기계식 채굴 같은 경우는 노출된 암반 표면에 도구로 힘을 가해 암석의 결합력을 파괴하고, 암반에서 조각을 떼어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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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이 철광석 광산 박물관에 대한 전체적인 얘기를 해 보았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셨는가? 비록 쳉스토호바가 산업 방면에서 유명한 도시는 아니지만, 이 지역 역시 그 자리에서 광물을 얻기 위한 나름대로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물론 박물관 안의 글들이 전부 폴란드어로 적혀 있어서 처음 갔을 때는 그 배경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나니 조금은 이 박물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새도 많이 느끼지만, 세상은 참으로 넓은 것 같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활발한 곳도 있지만, 여전히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지만 그들 중 일부는 숨겨진 보석마냥 헤어나올 수 없는 현지의 매력이 담겨 있다. 투리는 살면서 그런 아름다운 곳들을 두 눈으로 얼마나 많이 목도하게 될까? 체력이 닿는 데까지, 투리는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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