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수업 등등 일상의 이모저모 소개
필자 투리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본인은 한국에서 참 열심히도 살아왔다. 당연히 힘든 일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을 무사히 끝낸 뒤의 성취감은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 복잡한 한국에서 살다 보니, 내가 너무 이 사회에 찌든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내 자신에게 물었다. 과연 진정한 내 모습은 뭘까. 새로운 환경에 있다 보면, 내가 몰랐던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결국 고민 끝에 선택한 교환학생. 정신 차리다 보니, 어느덧 1개월 하고 열흘이다. 나름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들을 했었는데, 지금 느끼는 건 본질적으로 다른 건 없다는 것이다.
아, 여기서 오해는 없기를. 투리 본인은 교환학생이 된 것에 한 치의 후회도 없다. 아니, 오히려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제목을 저렇게 쓴 데는 이유가 있다. 어그로 아니냐고? 정답! 사실은 그게 첫 번째 이유. 미안하다, 하지만 글은 누군가에게 읽혀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부분은 너른 이해 바란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이 계신다면, 본인의 첫 번째 이유이자 목적은 달성이다. 자, 이제 두 번째 이유를 설명하겠다. 아까 말했듯 투리는 본인의 존재 자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환경에 한 번 변화를 주었다. 변화를 주고 계속 있어보니,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게 확 구분이 되었다. 당연히 표면적으로는 달라진 게 많겠지? 학교 수업이며, 프로그램, 만나는 동기들, 주변 환경까지.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렇지만 나 자신의 본질, 더 나아가 국적과 환경을 떠난 사람 사는 것 자체. 이런 것에는 크게 다른 게 없구나 느끼는 것도 있다. 교환학생 꿈나무들. 궁금하지 않은가? 오늘은 그 부분을 중점으로 투리의 1주 차 학교생활을 서슴없이 풀어보겠다. 분명히 예비 교환학생들에게 좋은 참고이자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본인의 글을 읽어주신 착한 독자들이라면, 본인의 학교와 분위기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것이다. 그렇지만 1주 차도 되지 않아서 말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첫 번째는 식당. 투리는 학교 수업이 시작하기 며칠 전에 와서, 그동안은 식당 운영을 안 했었다. 1주 차가 되니, 드디어 식당 문이 열렸다! 만세! 이제는 밥 하기 귀찮을 때 컵라면으로 때울 필요가 없다!
먼저 달라진 것들부터 소개를 할까? 당연히 첫 번째는 식당. 본인의 파견 학교는 교환학생이 많은 학교라서 그런지, 친절하게도 영어로 옆에 메뉴판 설명이 되어 있다. 그러나 애초에 메뉴 대부분이 본인이 모르는 음식들 천지라 큰 의미는 없다. 어쨌거나 저렇게 메뉴가 있는데, 학생들은 위의 메뉴를 보고 그중 본인이 원하는 음식을 집거나 앞의 영양사에게 요청을 하면 된다. 즉, 내가 원하는 만큼 받는 방식이다. 그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가격도 다르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 음식을 고르기 쉽지 않아 보일 것이다. 투리도 처음에는 그랬다. 위의 사진에 담긴 음식이 얼마로 보이는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55 즈워티(약 2만 원)에 육박했다. 사진을 보면 확실히 많아 보일 텐데, 영양사한테 잘못 부탁해서 저렇게 되었다. 나는 저 음식들을 한국에서 반찬 주듯 조금씩 받을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다 저만큼 받은 것이다.
두 번째로 바뀐 것은 수업. 아마 유럽을 영어권 국가로 선택한 교환학생들이 가장 많이 궁금한 것들 중 하나가 이것일 것이다.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처럼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투리는 영어권 전형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수업하시는 교수들도 이 부분은 인지하고 계신다.
그래서 투리가 받았던 수업들을 한 번 올려본다. 투리는 생명과학과라서 일부는 자연계 전공 수업들로 택했는데, 이 수업들은 lab 수업과 lecture 수업으로 나뉘어 있다. 3월 기준상 아직 lab 수업은 열리지 않아서, 여기서는 lecture 수업 사진들만 보여주겠다.
lecture 수업이랑 lab 수업의 차이를 알고 싶은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lecture 수업은 강의식 수업이면서 출석 점수가 반영이 안 되는 수업이라고 한다. 실제로 본인이 갈 때마다 대부분의 경우 교수님들이 출석을 부르시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수업에 빠져도 점수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이 없다는 말이다.
다만 내가 이전 글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다. 폴란드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고. 아쉽게도 이 말은 교수님들께도 통용되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교수님 같은 경우는 발음이 다소 안 좋을 수 있다.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는 폴란드인 재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도 나한테 저렇게 얘기했다. 수업을 직접 들으면 알겠지만, 교수님 말투를 들으면 보통은 억양이 느껴질 것이다. 아니면 말씀(?)을 살짝 더듬으시거나.
이 얘기를 들으면 영어가 약한 교환학생 꿈나무들의 걱정이 클 것 같다. 실제로 본인의 한국인 동기들 중에도 영어 수업이 어려워서 이해를 못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다. 내 의견을 말하겠다. 일단 최악의 경우 교수님 발음이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구릴 수도 있다(...). 영어 이해는 그다음 문제다.
다행히도 주변에서 듣기로는. 보통 시험을 어렵게 안 낸다고 한다. 실제로 투리가 지난주에 시험을 한 번 쳤는데, 딱 하루 공부했다(ㅋㅋ). 해당 시험은 아예 오픈북으로 넉넉하게 진행되었고, 문제에 대한 답도 교수님 수업 자료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설령 시험 준비를 힘들게 해야 한다 하더라도, 이것 때문에 교환학생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투리 경험상, 시험 성적은 대개 교수님의 수업 이해보다는 자료 공부에 좌우되었다. 그런데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된다고 일찌감치 포기하다니.
한편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한국과 비교해서 수업의 내용이나 질 자체는 어떤가?? 아쉽게도, 바로 여기에서 사람 사는 건 똑같다는 걸 하나 깨달았다. 달라지지 않는 거 첫 번째. 수업은 똑같이 지루하고 집중이 안 된다. 생명과학과 출신이 있다면 위의 사진을 봐주시길. 저 사진에 특별한 게 느껴지는가? 없다. 그냥 딱 우리가 배운 그 내용 그대로다.
물론 모든 나라의 학교들을 다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 듣기에 미국이나 독일은 학생이 활발하고 질의가 자주 오간다고 한다. 본인은 혹시라도 서양 국가들의 수업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모든 국가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현실을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솔직히 수업 분위기가 활발하다 하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하다. 본인의 본능은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나는 수업이 싫어요ㅜ'
그래도 교수님들에 대한 변호를 살짝 하자면, 그분들도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업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힘든 걸 하기 싫은 사람의 심리는 어디든 똑같으니. 게다가 그분들은 영어보다는 각자의 전문성이 우선이다. 이미 그쪽으로도 충분히 많이 고생하셨을 텐데, 영어까지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 아닐까. 다행히도 투리 수업의 교수님들은 대체로 영어 발음이 괜찮다. 어떤 분은 말끝마다 'Yes?' 거리시고, 어떤 분은 말투가 조금 과장이 많으시다만. 뭐, 알아듣기만 하면 되지.
자, 그렇다면 두 번째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방금 전까지는 수업과 연관 지어서 설명을 했다면, 이번에는 교우관계다. 학기 초반에는 각자의 인간관계가 협소하다. 따라서 활동에 많이 참여할수록 아는 동기들이 많아 편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차에도 이벤트들은 많았다.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가 스포츠 활동! 체육활동은 참을 수 없지 않은가? 아쉽게도 투리는 스포츠게임에 관심이 없어서 참여는 안 한다. 투리와 달리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각자가 금방 친해질 기회가 될 것이다.
투리가 참여한 첫 주차의 활동들은 이렇게 된다! 컨셉 있는 이벤트가 꽤 많지 않은가? 가장 처음 한 건 좌측 상단의 보드게임 활동. 보드게임의 경우는 '우노'처럼 한국에서도 하는 게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룰이 한국 게임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라이어' 게임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본인이 본 지시어에 대해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한 명씩 의심 가는 사람을 지적해서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된다. '양세찬 게임'은 본인의 차례일 때 아무 질문만 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예' '아니요'로 끝나는 질문을 해야 한다. 만일 '예'로 대답이 나왔으면, 질문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 한국과 세세한 차이는 있으면서도, 의외로 엄청 다르지도 않아서 신기했다.
자, 다음으로 참여했던 활동. 'International Dinner'. 벌써 포스터와 제목만 봐도 느껴질 것이다. 각 나라 학생들끼리 본인 나라의 대표 음식을 요리해서 한자리에 공유하는 이벤트이다. 꼭 요리를 해야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가서 그냥 먹고 즐겨도 상관없다. 요리에 자신 없는 투리도 맨몸으로 갈 수 있어 안심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적극적인 한국 동지들은 양심 없는 투리와 달랐다. 몇몇이 모여서 떡볶이와 군만두를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재료야 K마트에서 가져왔겠지만, 그래도 그걸 요리해서 남들 앞에서 선보이다니. 당당하게 느껴졌다.
폴란드 친구를 따라 놀러 온 한국인 독일 교환학생의 말에 의하면, 외국인들 앞에서 매운 떡볶이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고.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했다. 아무래도 불닭볶음면의 인기와 함께 외국인들의 매운맛 적응력도 비례해서 올라갔나 보다.
해당 자리에는 한국 음식 말고도 다양한 음식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어떤 음식들 중에는 이게 그 나라 음식이었구나 싶은 것도 있었고, 또 어떤 음식들은 나쁘지 않다 싶은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익숙한 음식. 급식충 때부터 거부감 없이 편하게 먹던 감자샐러드도 여기 있었는데, 먹으면서 투리의 학창 생활이 되살아난 듯 했다(지금도 학창 시절 아님?). 알고 보니 그 음식이 독일 음식이었다. 먹은 김에 옆의 하리보 젤리도 먹어봤는데, 이건 좀 이에 잘 달라붙더라.
이벤트 말미쯤에는 투표로 가장 평이 좋은 국가 음식을 3위까지 뽑았는데, 나였더라면 독일이랑 카자흐스탄(거기 초콜릿이 맛있었다)에 표를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심은 언제나 개인과 다른 법. 내 생각과 다른 국가들의 순위에 올랐는데....세상에 마상에! 마지막으로 공개한 1위의 순위가 무려 대한민국이란다! ㅋㅋㅋ 그 정도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충격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국가의 인기가 한몫한 것도 있었겠지?
어쨌거나 그날의 이벤트는 지금도 투리의 기억 속에 가장 크게 남는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런 이벤트들을 겪고 다른 활동들도 참여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바로 외국에 와도 투리가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두 번째로 변하지 않았던 건 투리의 성격이었다. 약간의 환상을 하나 고백하자면, 투리는 외국에 가면 뭔가 본인이 더 인싸이고 적극적으로 변할 줄 알았다. 막상 와서 보니, 내 성격은 어디에 있든 한결같구나는 사실만 깨달았다.
한국에서의 투리는, 단체로 있을 때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본인이 말을 많이 할 때는 주로 1대 1로 대화할 때. 이건 한국에서도 그랬는데, 어떤 모임에 있으면 가끔 내가 대화 내용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아예 모르는 주제이기도 하고, 이미 다들 할 말 하고 있으니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해야 할까. 외국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언어만 영어로 바뀌었지, 여전히 투리 본인은 단체에서 목소리가 큰 류의 인간이 아니었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노파심에 말하는 거지만, 본인이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내 말은, 다른 나라에 왔다고 본인의 이미지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인싸 환상이 깨지기는 했지만, 달리 보면 한국에 있었던 내 장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
참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도 현실감각을 느끼는 것이 약간 냉소적이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현실적인 것들만 있는 건 아니다. 자, 여기에서 본인이 깨달은 세 번째로 달라지지 않은 것. 여전히 이어지는 인연이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에 은근히 걱정했던 것들 중 하나가 외로움이었다. 초반에 친한 사람이 없어서 외로울 수 있다는데, 너무 외로우면 어떡하지?
이 걱정에 대한 결론을 지금 말하자면, 가끔씩은 혼자여행도 나쁘지 않더라. 처음으로(대체로 지금도 그렇지만) 혼자 며칠간 돌아다닐 때는 외로움이 있긴 했다. 그러다가 몇 번 단체로 여행을 하다 보니, 혼자 여행의 매력을 느끼고 말았다. 그만큼 여기에도 내가 맘만 먹으면 만날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주변의 동기들은 내 걱정과 달리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고, 학교에서도 여러 재미있는 행사들을 자주 해주고 있다. 나는 이러한 새로운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감사를 느끼고 있다.
일상에 대한 말을 하면서 약간의 고찰도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았는데,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느낀 것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각자의 교환학생 국가/학교마다 환경이나 문화가 다르고, 개인이 느끼는 감정에는 차이가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본인이 교환학생 꿈나무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단순 여행이든 교환학생이든, 분명히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투리의 경우에는,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