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룬 기행] 600년 전통의 쿠키를 만들어 보았다.

<토룬 진저브레드 체험관>, 우리 같이 진저브레드 쿠키를 만들어 보아요

by 흑투리


관광을 목적으로 말하자면, 각 도시들에는 딱 연상되는 명확한 키워드가 있다. 그중 폴란드 토룬은 키워드가 두 가지, 진저브레드코페르니쿠스다. 아무리 당일치기라도 저 두 가지 포인트를 못 느꼈다면, 투리의 관점에서 그 여행은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에서는 토룬의 하이라이트, 진저브레드에 관한 기행글을 다루도록 하겠다. 토룬에 가면 관광객들이 흔히 찾을 수 있는 활동이 있다. 바로 토룬 진저브레드 쿠키 만들기 체험이다. 딱히 체험에 요구되는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활동 위주로 진행되기에 토룬에 왔다면 위의 체험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워크숍이 아닐까 싶다. 사실 토룬을 비중 있게 즐기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해볼 만하다고는 생각한다. 토룬식 진저브레드는 이 도시에 있어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그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토룬식 진저브레드는 다른 쿠키들과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만드는 걸까? 그에 대한 답 역시 이 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투리가 ESN 동기들과 그 쿠키 만들기 체험을 한 썰을 풀 예정이니까! 난생처음으로 시도한 흑투리의 진저브레드 쿠키 제작,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20250412_105315.jpg 투리와 ESN 동기들이 들렀던 쿠키 만들기 체험소.



첫 번째 쉬는 시간이 끝나고 시가지를 조금 더 돌다가, 가이드는 위 사진의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드디어 토룬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전시관에 들르는 것이었다!



투리가 갔던 곳은 위 사진의 장소지만, 아마 진저브레드 쿠키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토룬에서 여러 군데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이 체험한 워크숍 장소들을 확인해 보니 본인과 다른 곳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진저브레드 쿠키'라는 요소는 토룬에 있어서 완전히 대중적이라는 의미다.



다시 위 사진의 건물 간판을 잘 보면 'Piernikani'라는 단어가 보일 것이다. 위 단어는 '진저브레드 쿠키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토룬식 진저브레드 쿠키인 피에르니크(Piernik)에 '직업/집단'을 뜻하는 접미사가 합성된 단어의 형태이다. 피에르니크라는 말의 유래는 조금 뒤에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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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에서 잠깐 기다리니, 짙은 색깔의 제빵사 복장을 한 남자가 문 앞에서 나오며 우리를 반겼다. 그분은 ESN 일행을 훑어보고는 힘찬 목소리로(그리고 당연히 영어로) 반갑다는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진저브레드 제빵소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우리가 만드는 토룬식 진저브레드의 레시피가 궁금하다고 해서 찾아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죠?"



이런 체험 학습을 하면 으레 컨셉은 자동으로 잡히는 법. 우리는 순식간에 숨겨진 제빵소의 제자들이 되려고 먼 길을 걸어온 수습생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좋아요, 그럼 따라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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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제빵소 현관 / (오른쪽) 현관 구석구석에 놓여 있던 제빵 기구들.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잠깐 재정비하며 쉬는 시간을 가지다가 제빵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제빵소의 내부와 인테리어를 보니, 나름 중세 시대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아폰소처럼 중간에 합류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동기들 모두가 준비를 마칠 때쯤에야 제빵사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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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드디어 다들 수습에 참여할 준비가 된 것 같군요. 그럼 이제부터 저희들 제빵소만의 특별한 '진저브레드 쿠키'를 만드는 비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전에 한 가지 명심할 것! 여러분은 이 제빵소의 수습생이 되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잖아요?


저희들이 만드는 진저브레드는 아주아주 특별한 진저브레드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알려드릴 조리법에 대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다들 지켜주실 수 있으시죠?"



아아, 그렇지. 최고급 셰프는 모든 비법을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하지 않나. 강제로(?) 수습생 된 우리는 아쉽게도 이 비밀을 노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필자 본인의 경험을 전수받고 있는 관계로 이미 투리의 제자나 마찬가지. 이에 본인은 여러분들에게만 특별히 이 진저브레드의 비밀 레시피를 공개해 주겠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도 다른 분들에게는 절대 비밀로 할 것.



20250412_105612.jpg 우리가 모여서 제빵사의 말을 경청한 계단식 자리.



바로 실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빵사는 우리에게 피에르니키에 대한 배경설명을 언급하셨다.



"자, 다들 진저브레드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죠? 지금부터 우리가 만들 진저브레드는 '피에르니키(Pierniki)'라는 쿠키입니다. 이 피에르니키는 토룬에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가? 피에르니키의 용도는 다양했는데, 첫 번째는 당연히 먹는 용도! 토룬은 폴란드에서 여러 나라들로 통하는 무역 항로의 일부였기에 인도 등에서 후추를 들여오기에 용이했으며, 밀가루와 꿀을 구하기도 쉬운 도시에 속했습니다. 이러한 영향 덕에 우리가 만든 피에르니키는 무역상들에게 대대로 인기 상품이 되었죠.



피에르니키는 기념품이자 장식의 일부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피에르니키의 형태는 천사와 성자, 동물과 마차, 심지어는 성경 장면들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죠. 이러한 쿠키는 기념품이나 선물용으로 쓰이기에 참으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토룬의 진저브레드를 사갔는데, 그중에는 역대 폴란드 왕들과 얀 마테이코(폴란드 국민 화가), 프레데리크 쇼팽, 나폴레옹, 심지어는 요한 바오로 2세도 있었다!}



피에르니키는 심지어 약용으로도 쓰였습니다! 피에르니키의 공식적인 제조법이 적힌 문서는 1725년에 야스나 고라(폴란드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당)의 신부들이 출판한 책이었는데, 그 안에는 여러 질병들과 의학적인 배경지식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이 점으로 미루어보아 우리의 진저브레드는 약으로도 활용되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죠."



20250412_105708.jpg 현관 한쪽 구석 장면.



이쯤 되면 피에르니키는 확실히 토룬에서만큼은 국민 음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나 피에르니키가 만들어지려면 그에 맞는 조건이 필요하다. 제빵사가 바로 그 부분을 파고들면서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자, 그러면 이 피에르니키가 완성되려면 어떤 재료들을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은 밀가루가 필요하겠죠,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가 필요하니까? 또한 피에르니키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설탕이 아직 없었습니다. 그래서 설탕 대용으로 꿀이 사용되었죠.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흑후추 다른 6종류의 조미료입니다. 후추 역시 당시에는 멀리 있는 인도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기에 매우 귀한 물건이었죠. 이것이 피에르니키가 토룬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그런 재료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토룬을 비롯해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흑후추는 폴란드어로 Pieprz! 우리가 만들 '피에르니키'라는 쿠키가 바로 저 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대충 풀어쓰면 '후추가 들어간 빵'이라는 뜻이려나? 아무튼 흑후추와 나머지 6가지 재료들(계피, 정향, 육두구, 카다멈, 아니스드, 고수)이 함께해야 피에르니키가 완성된다는 사실! 위의 기초적인 내용들을 모두 들은 우리는, 제빵사의 안내를 따라 드디어 부엌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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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이는 자리 아무데나 앉는 동기들과 그런 그들을 기다리는 제빵사.



토룬 기행글이 나오면 전설 얘기가 빠질 수 없는 법. 투리가 이전 글에서 카타르진카에 관한 진저브레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진저브레드에 관한 다른 전설도 존재한다.






옛날 옛적, 토룬의 한 제과점에 바르톨로메오(Bartolomeo)라는 부유한 제빵사와 그의 딸 캐서린(Catherine, 카타르진카와 같은 영어 표기명)이 살았다. 바르톨로메오 밑에는 보고밀(Bogomil)이라는 젊은 조수가 있었는데, 보고밀과 캐서린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바르톨로메오는 캐서린이 가난한 보고밀과 결혼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어느 날, 보고밀은 비스와 강가에 앉아 그날도 캐서린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벌 한 마리가 깊은 웅덩이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을 발견했다. 보고밀이 작은 잎으로 그 벌을 꺼내주자, 벌은 보고밀의 귀에 다가가 이렇게 속삭였다.



"고마워요, 상냥한 청년 분. 나는 여왕벌입니다. 당신은 어딘가 불쌍해 보이시군요. 원하는 소원이 있다면 저한테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괜찮습니다, 전하. 저는 그저 전하를 도왔다는 것만으로 기쁠 뿐입니다. 저는 지금의 생활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보고밀, 나는 당신을 오랫동안 보아 왔어요. 나 역시 당신의 깊은 고민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와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다면, 그 소원을 실현할 수 있는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


".....다음 번에 빵을 만들 때는 반죽에 꿀과 약간의 후추를 첨가하세요."



20250412_113049.jpg 제빵소 한편에 있던 기념품 상점.



그 말을 끝으로은 강가로 사라져 버렸다. 보고밀은 여왕벌을 보며 깜짝 놀랐지만, 이내 꿀과 후추를 넣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마음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 뒤, 바르톨로메오는 조수들에게 왕이 곧 토룬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왕이 온다면 그만큼 그에게 헌사할 수 있는 최고의 진미를 준비해야 하는 법. 제빵사는 보고밀을 신뢰하며 그에게 모든 책임을 맡긴다.



홀로 남은 보고밀은 여왕벌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캐서린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반죽에 꿀과 후추를 넣고 정성을 다해 쿠키를 만든다. 그는 두 하트가 두 개의 결혼반지와 이어진 형태로 쿠키를 만들며 이것을 오븐에 넣었다. 결과물을 확인해 보니, 쿠키는 형체가 녹아서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모습을 하고 말았다.



그 괴상한 모양의 쿠키를 본 바르톨로메오는 화가 치밀었지만, 더 이상 시간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 대접한 쿠키를 받은 왕은 그 쿠키를 한입 먹자마자 크게 감탄했다. 왕은 이제껏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찬사를 보내며, 이 쿠키를 만든 사람을 당장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보고밀을 본 왕은 이렇게 말했다.



"보아하니, 이 음식에는 자네가 쏟은 노력뿐만 아니라 정성과 마음도 함께 담겨있는 것 같군."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사실 그 쿠키 안에는 바르톨로메오 사장님의 따님, 케서린을 향한 제 진심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게 바로 비밀 레시피였군. 자네가 연모하는 이도 그대를 그리 생각하던?"


"신께 멩세컨대, 케서린 역시 제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합니다."


보고밀의 말을 들은 왕은 엄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군. 그러면 내 자네의 결혼을 허가함과 동시에 자네를 나의 왕실 제빵사로 삼도록 하마. 그리고 그대가 만든 이 음식은 앞으로는 그대의 예비 아내를 기념하여 '케서린의 진저브레드'라고 공식적으로 명명하겠다."





이상이 '카타르진카'라는 진저브레드 쿠키의 유래에 관한 또 하나의 전설이었다. 독자 여러분들은 재밌게 보셨는지? 어쨌든 필요한 설명을 모두 들은 우리는 바로 제빵사의 지시에 따라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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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놓인 것은 저렇게 짙은 색깔의 반죽. 우선은 사진 위쪽에 있는 도우 밀대를 이용해서 반죽을 납작하게 만들고, 동시에 책상 바닥에 있는 밀가루도 같이 섞는다. 제빵사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어떨 때는 세게, 또 어떨 때는 살살 도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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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완성되면 그때부터는 형태를 만드는데, 제빵사가 올려놓은 틀에 따라 반죽을 세게 누르고는, 형태가 나온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섬세하게 자른다. 그런데 본인이 만든 반죽만큼은 유독 이상해 보였다. 다른 동기 친구들은 그럭저럭 괜찮게 나온 것 같았는데, 어째서 본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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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말발굽, 성인, 하트, 용감한 쿠키(?) 등 다양한 형태의 쿠키들이 모였다. 이제 다음 순서는 보고밀이 그랬듯 꿀과 후추를 섞는 건데, 해당 단계부터는 숙련된 제빵사들이 맡아야 하는 영역. 나머지 부분은 그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우리는 제빵소의 나머지 구역들을 보면서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투리 기억상 25인가량의 쿠키를 굽기까지 30분가량 소요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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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상점을 서성이면서 기다린 결과.....드디어 완성되었다는 제빵사의 목소리! 과연, 어떻게 나왔으려나?



20250412_115127.jpg 투리의 손으로 만든 쿠키 아니, 결과물.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쿠키를 만져보니, 갓 완성된 듯한 따끈따끈함과 쉽게 부러지지 않을 듯한 단단한 감촉이 본인의 뇌신경에게까지 감지되었다. 주변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만든 쿠키는 식용이 아니라고.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부터 먹는 용도가 아니라 기념품으로 가져가라는 목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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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을 끝으로 ESN 동기들의 진저브레드 제빵 수습생 과정은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우리는 수습생에서 정식 제빵사가 되었다는 제빵사의 격려와 함께, 우리는 우리가 만든 기념품(?)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사실 제빵의 과정 자체만을 언급하라고 하면 다른 유럽의 도시들과 크게 특별한 점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투리가 다만 이 글에 비중을 두면서까지 진저브레드 제작 기행글을 따로 알린 이유는 진저브레드에 얽힌 토룬의 특별한 사정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러분은 비록 내용이 대단하지 않을지라도, 피에르니카에 담긴 의미만큼은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진저브레드.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가? 재미있어 보이든 재미없어 보이든, 한 가지는 명확하게 인지하셨을 것이다. 토룬의 진저브레드는 그 도시의 주민들에게 있어 국민 음식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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