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케이크만으로 식사를 때운다고?

보자마자 깜짝 놀란 폴란드식 팬케이크 이야기

by 흑투리


교환학생 시절마다 거의 매주 여행을 다녔던 투리. 그중에서 본인의 두 번째 ESN 공식 여행지였던 토룬은 투리에게 있어 거의 유일한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투리는 이 여행마저 본인에게 유의미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여행은 필자에게 좋은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중 가장 가까운 관계로 끝났던 친구는 벨라루스인 막스였고, 다른 프랑스인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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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룬에 대해 할 말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아서, 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이 글이 토룬의 마지막 기행글일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기억에 남는 친구들과의 대화와 토룬에서 먹었던 유일한 점심, '폴란드식 팬케이크'에 대한 얘기를 끝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처음에는 점심으로 팬케이크를 먹는다는 말에 '엥? 이렇게 배가 고픈데 고작 팬케이크로 점심을 해결한다고?'라고 생각했지만, 이 팬케이크, 한국에서 먹는 그런 디저트용 팬케이크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여러분도 보면서 조금은 '팬케이크'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바로 썰을 풀겠다!








투리의 이번 여행은 자유시간을 빼면 거의 가이드와 동행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어떤 독자들은 투리가 가이드의 설명을 토대로 이렇게 글을 세세하게 적을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가이드님께는 조금 죄송한 얘기지만, 뭐랄까.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그날만큼은 유독 가이드의 설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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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많은데 가이드의 목소리가 뒤에까지 퍼지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투리 본인이 그저 집중력이 떨어진 걸까. 투리 기억에는 둘 다였다. 투어가 중반쯤 되자, 뒤에 있던 친구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지 않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시작했다. 심지어는 가이드 측과 후열 동기들 사이의 간격이 엄청나게 벌어지기까지 했다.



투리도 영향을 받아 점점 주변 풍경과 동기들과의 대화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인 동기 니콜라스라는 친구와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필자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이 친구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맙소사. 질문이 하나같이 뻔하면서도 한국인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이었다. 여기 그 질문들을 여러분에게도 공개한다.



"오, 너 한국인이구나! 사실 나 말이야, 평소에 한국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이 많았어. 혹시 몇 가지 물어봐도 괜찮을까?"


"그래, 뭔데?"


"내가 들은 바로는, 한국에서는 학생 때 공부를 엄청 빡세게 한다는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 크다는 게 사실이야?"



본인도 스테레오타입이 생긴 건가. 보통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질문하면 주로 드라마 대사나 관광지 같은 밝은(?) 부분들을 묻던데, 그의 질문은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특이했다. 뭔가 외국인이 질문할 법하긴 한데, 막상 한국과 연고가 없는 사람이 물어보니 신기한 느낌이랄까.



"맞는 말이네. 고등학생들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데, 그 경쟁이 정말로 까다롭지. 그래서 그것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압력을 많이 받기도 하고, 일부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정말 심하게 받아."



어찌 됐건 대답은 해야 하니까 그의 말에 최대한 쉽게 대답해 준다. 개인적으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국가가 한국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능 준비가 워낙에 화제다 보니까 이게 해외에서도 알려질 정도가 된 건가. 하긴, 시험 하나 보려고 경찰차나 오토바이를 빌리는 수험생의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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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좋아. 잘 들었어. 그러면 이것도 물어보고 싶어. 한국에서는 직장에 들어가면 따돌림도 많고 스트레스가 엄청 많다는데, 이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이 친구는 물어보는 게 왜 하나같이 이런 심연의 질문들인가. 한편으로는 저런 얘기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 부합하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대한민국도 저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니까.



"우리나라도 심한 편이기는 하지? 직장에 신입으로 들어가면 상사 눈치도 봐야 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 눈 밖에 나면 그때부터는 회사생활이 어려워지니. 억지로 회식을 가야 하는 문화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 그럼에도 직장이나 회사마다 케바케이기는 해. 안 좋은 회사들은 안 좋고, 좋은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괜찮고."



대충 여기까지 얘기하다가 가이드의 지시로 인해 대화가 끊어진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투리의 머릿속에 남는 프랑스인 동기들이 몇 있는데, 니콜라스 역시 그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질문들이 평범하지 않은 축에 속한 것들은 아니었으나, 이상하게 투리의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았다. 어쩌면 이 친구가 유일하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질문을 했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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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투리 입장에서는 한국에 대해 저 정도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한국의 사회적 이슈를 궁금해한다는 것은 곧 그만큼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이렇게 한국에 대한 얘기를 해준 것과는 반대로, 이쪽에서 먼저 상대 나라에 대해 물어볼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마침 막스가 벨라루스인(폴란드 동쪽에 있는 유럽 국가)이라서 투리는 벨라루스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너 혹시 민스크(벨라루스의 수도) 출신이니?"


"맞아. 바로 맞췄네?"


"아는 곳이 거기밖에 없어서.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넌 어떻게 폴란드에 교환학생으로 왔어? 벨라루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국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모르겠지만, 벨라루스는 대통령이 투리가 육체적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독재를 하고 있는 친러 국가에 속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뒤로는 벨라루스가 러시아를 지원한 탓에 다른 국가들이 지금까지도 벨라루스와의 교류를 끊은 상황이다.



"맞아. 난 그래서 리투아니아에 있는 대학을 통해서 폴란드 교환학생으로 지원했어. 그 뒤로 지금까지 계속 공부하고 있지."


"아하, 어쩐지. 민스크는 가보면 어떤 느낌이야?"


"생각보다는 별로야. 거기 사람들은 평균 GDP도 낮고, 건물들도 여기에 비하면 작은 편이야. 그리고 거기는 대통령도 오랫동안 독재를 해왔어서 그다지 자유로운 국가도 아니고."


"그래? 물론 거기서 사는 것은 매우 힘들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관광지 정도는 있지 않으려나."


"내가 봤을 때는 별로 재미없어. 사람들이 잘 사는 편도 아니고 도시도 그다지 발전되지 않아서, 여기 폴란드랑 비교하면 너무 낙후된 느낌이 강해."



사실 이상할 게 없는 말이긴 하다. 애초에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잘 사는 국가도 아니었고, 관광지로서 들르기도 쉽지도 않았다. 장기 체류를 하게 되면 따로 등록을 해야 한다나, 뭐라나. 주숙등기는 중국 여행에서나 듣던 말인데, 저런 제도가 있으면 여행하기에 너무나도 불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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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말은 투리가 자코파네에 있을 때 막스에게 들은 얘기인데, 애초에 벨라루스는 입국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운 국가라고 한다. 예전에 스웨덴인(크라쿠프 편에서 등장하는 동기)인 발렌틴이 벨라루스 여행을 고려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벨라루스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특정 민족의 이름과 유사해서 불안감을 느껴 여행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름이 여행에 지장이 있는 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행할 때 고려할 요소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누굴 따라가서 무얼 먹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마티와 카롤리나는 벌써 한국인 동기 4명을 데리고 다른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메뉴가 기억나지는 않았는데, 들었을 때 딱히 흥미가 가는 음식은 아니었다. 고민하다가 한국인 동기들을 따라가지 않기로 결심한 투리는, 다른 동기들이 뭘 먹을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팬케이크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팬케이크?"



본인이 생각하는 그 디저트 팬케이크 말하는 것인가? 다들 아침도 못 먹고 지금까지 걷기만 한 마당에, 고작 팬케이크로 한 끼를 마친다고? 뭔가 납득이 가지 않아서, 투리는 정말로 괜찮은지 물어봤다. 그러자 동기들은 괜찮을 거라며 한 번 먹어보라고 권유했다.



본인은 든든한 걸 먹고 싶은데. 불안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팬케이크를 제안한 동기들과 함께 시가지 안의 한 식당을 방문한다. 식당의 이름은 'Manekin'.



20250412_140507.jpg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 우리들. 참고로 식사는 바깥에서 했다.



시가지 경치를 보면서 식사를 하고 싶다는 여론이 우세해, 바람이 다소 불었음에도 동기들은 바깥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웨이터가 와서 바로 메뉴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팬케이크 메뉴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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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팬케이크가 투리가 아는 그 팬케이크가 아니잖아? 재료를 보니, 팬케이크 안에는 치즈, 감자, 소시지, 베이컨 등 식사에 먹을 만한 재료들이 들어가 있었다! 오히려 본인이 찾는 꿀과 팥, 크림만 들어간 팬케이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그건 와플 아닌가?). 그걸 알게 된 순간, 음식을 보지 않았는데도 깊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들이 말하는 팬케이크는 적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에 해당하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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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시면 네모나게 나와 있는 요리들이 투리와 동기들이 주문한 팬케이크 되시겠다! 먹어보니, 약간 납작한 피자 버전의 브리또를 먹는 느낌이랄까?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음식이었지만, 먹어보니 맛은 투리에게 꽤나 친숙한 맛이었다. 아무래도 재료들이 원래부터 알던 것들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기는 할 것이다.



투리와 ESN 동기들이 들린 이 'Manekin'이라는 음식점은 2000년대 초 폴란드에서 시작된 팬케이크 전문 레스토랑으로,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식당은 얇은 크레페 스타일의 팬케이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으로, 한국에서 생각하는 두툼한 팬케이크가 아닌 프랑스식의 크레페에 좀 더 가깝다고 한다.



메뉴는 아까 사진에서 보셨듯 식사용 팬케이크들이 상당히 많으며, 닭고기나 버섯, 햄 등 다양한 재료와 옵션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한 접시만 먹어도 식사로서는 평균 성인 남자 기준 너무 부족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 이 팬케이크 전문점은 바르샤바, 그단스크, 포즈난 등 다양한 지역들에 분포해 있는데, 실제로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식당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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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도 먹기에 부담스러운 맛은 아니라서, 투리도 만족스럽게 팬케이크를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5시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돌아다닌 인간이라면 당연히 배가 고플 수밖에 없을 터. 일단 저걸로 허기만큼은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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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이번 식사에 대한 간략한 후기를 끝으로, 토룬에 대한 마지막 글에 끝을 맺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그 뒤로는 더 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 보이시나? 조금만 시가지를 벗어나도 딱히 볼 만한 풍경이 없어서, 동기들이 지도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의 여정만으로도 토룬 여행은 충분하다"였다.



확실히 당일치기로 여행을 잡으니, 다른 도시들에 비해 쓸거리가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뭐 어떤가. 토룬은 아마 투리가 공을 들이면서 갔던 곳들 중에서는 작은 도시에 속한다. 더 깊은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투리는 이 정도의 여행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었다. 본인의 가까운 친구, 그리고 토룬에서 얻은 핵심적인 추억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투리의 토룬 기행글에 함께했던 여러분에게도 한 번 물어보고자 한다. 무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인데, 중세 도시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토룬에 잠깐 놀러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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