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은 섭식 장애를 앓고 있었다>

-맛있는 글-

by avivaya

아픈 글은 그만 쓰고 싶어졌다. 고통에만 조명된 삶을 글 속에 가둬 넣고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짓을 그만두고 싶기 때문이다. 마치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사람처럼 바닥에 떨어진 물건에조차 성이 잔뜩 나 있는 나의 글쓰기 작업말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간혹 기분 좋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글잡이에 시동을 걸어보았지만 두 줄만에 포기하곤 했다. 맛있고 배불리 먹은 음식들이 내 안에서 제 역할을 하게 될까 봐 무서워서 토해내고 마는 환자처럼 이내 고통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섭식 장애에 시달리는 글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나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지만 나는 모르고 있었다. 글이 영양 성분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먹은 것을 그대로 내놓기만 했을 테니 불편하고 회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내 글 상태에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참아낼 새도 없이 토해내 버리고 말았으니까. 그 후 잠시는 안심이 됐고 편안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으니까. 그 잠시가 끝나면 나는 다시 공포에 직면했다. 토할 곳을 찾느라 분주했다. 외지고 컴컴한 곳에 사고를 쳐 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밝은 곳으로 걸어 나와 생활했다. 진작부터 건강한 삶만을 살아왔던 것처럼 연극하듯이. 그러나 이제 연극은 끝이 났다. 막후에 나는 내 병을 감지했고 고치기로 작정했다.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삶에 더하고 빼기를 없애야 하는 것이다. 과장과 축소는 글을 부자연스럽고 불행하게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일상에서 먹은 것들을 삶에서 에너지로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래서 글에 자신감이 사라지고 군더더기가 많아진다. 폭식 후 변할 내 모습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토해내는 것은 나를 위한 정당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삶을 숨 막히게만 할 뿐이니까. 그것은 글쓰기 재료로 매력 없다. 음식 맛을 싱겁게 할 뿐이다. 그리고 다양한 재료로 맛을 살려내는 글쓰기 작업이 나의 치료제로 안성맞춤이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함이다. 앞으로 나는 기대해 보기로 한다. 눈과 입이 맛있는 나의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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