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이 운명했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낌새를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는 길을 잃었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어리숙한 재수생 신분이었다. 좋은 학교를 희망했지만 공부와는 담쌓은 백수 상태였다. 신분과 욕망이 서로 손짓하고 있었으니 나는 유혹당할 준비가 충분했었으리라. 나는 매일이 지루했고 졸리기만 했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쓸모없는 짓거리로 시간을 보내면서 빈둥거렸다. 그 게으른 삶 안에는 합리적 사고가 들어갈 만한 틈은 없었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운빨 없는 가난뱅이들이나 할만한 헛수고쯤으로 여겼다. 나 자신이 바로 그 상태 다시 말해 가장 밑바닥 혐오하는 층이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직 아이들 세계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극적이고 마술적인 성공만을 기대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인생은 잘못 빚어진 그릇 같았으니까. 버림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만 같았으니까. 나에게는 적당한 탈출로가 필요했다. 나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뱀과 같은 외로움과 불안을 꺼줄 만한 그 무엇이 간절했었던 것 같다. 내 영혼은 흔적 없이 부는 소슬바람에도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걷잡을 수 없이 부서져 있었다. 나는 무조건 위로받고 싶었고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끼고 싶었다. 잡고 걸을만한 지지대가 필요했다. 극심한 갈증으로 물을 찾고 있었으니까. 물만 준다면 어떤 악당이라 하더라도 선뜻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방황이 길었었고 나는 지쳐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절대자가 살아 있다면 내 삶을 송두리째 가져가서 새로운 삶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