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떨어진 나-
드디어 고조되고 있던 갈등이 사건처럼 등장했다. 인물도 있었고 배경도 충분했으니 사건 구색만 맞춰지면 나는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사건 개요는 간단하다. 나는 목회자 부부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린 셈이었고 그들은 나를 숙청 혹은 배신자로 대가를 치르게 할 작정이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시기가 예상보다 한 발 앞섰지만. 모종의 판을 짜놓은 작자들이 아마도 한참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 눈에 나는 가시 같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부려 온 마술들이 가짜인 것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교회에서 내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 나왔다. 내 소유물이라고 해봐야 누더기 잡동사니들과 고장 나서 잡음과 먼지만 잔뜩 쌓인 악기가 전부였다. 나는 고요한 시간을 틈 타 고물들을 빼냈고 집도 아닌 일터도 아닌 잠깐 숙식하고 있는 공간에 처박아 놓았다. 그것들은 마치 나와 같아 보였다. 한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물품이었지만 결국 쓸모가 사라져 죽어줘야만 하는 영발 떨어진 나. 나는 이제 두들겨 맞고 찌그러지고 우스꽝스러워질 것이다. 도망자 신세가 되고 싶었다. 땅으로 꺼져 버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나는 신의 노여움을 건드렸고 다시 회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역시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신에게조차 버림받았으니 말이다. 내 인생은 언제나 재수가 없는 것이 확인된 셈이었다.
드디어 블랙 요원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복수는 사심 가득했고 사나웠다. 그들은 나의 집기를 파손시켰고 유리로 만들어진 것들을 죄다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 내 버렸다.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신을 팔아먹은 최고의 마녀라며 악을 썼다. 그리고 교회 물건을 훔친 도둑년이라 몰아세웠다. 그 좋던 시절에 나와 호형호제하며 자신의 간까지 내줄 것처럼 다정했던 그 사람들이 영화 속에서 새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화면 속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저주하고 있는 마녀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거대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탕감받아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 비참한 생을 마감할 수만 있다면 마녀도 될 수 있었고 눈 세 개쯤 달린 도깨비도 되고 싶었다. 그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만 준다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다. 그들 앞에서 개처럼 핥고 기고 짖을 수도 있었다. 나는 더는 내 생명 따위는 돌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가 가장 바라고 있었던 것은 나를 지옥불에 던져 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