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어 온 것은 신이 아니었다!-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시꺼먼 고난이 나에게 닥친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내가 모르는 신의 뜻이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선택받은 제자나 다름없는데 당신 뜻과 의도를 내가 모르게 진행할 리는 없다. 그런데 나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대충 분위기로 눈치만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모세가 출애굽을 감행할 때 애굽 땅에 내린 재앙이 얼마나 어이없고 억울한 사건에 해당하는지 나는 실감했다. 내가 당신에 대한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길고 뾰족한 가시밭길을 고통 속에 눈물 쏟아가면서 지나쳐 왔는데! 신이 나를 향해 재앙의 입김을 불어댄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불신자들과 생이별을 했고 심지어 가족을 버리기 위해 가출까지 한 상태에 성경과 교회에 날마다 충성했고 성령을 받았고 믿었고 순교까지 약속했었다. 모두 진심이었다. 나는 하나님을 체험했고 의심하지 않았다. 믿음에 금이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사람은 물론이고 내 몸에 걸치고 바르고 착용하는 소품들과 먹는 음식들까지 걸러내고 가려냈다. 신이 원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주 사소한 것들을 실행했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교회를 집처럼 목회자 부부를 내 부모처럼 여기고 헌신했다. 물질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하여 돈이 생기는 족족 교회로 달려갔다. 나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그런데 내가 가룟 유다였고 마녀였고 도둑년으로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판결이 나에게는 요나가 탄 줄 몰랐던 선원들만큼이나 억울한 일이다. 나는 순종을 넘어 복종해 왔다. 신을 위해 가족을 버렸고 전재산을 갖다 바쳤고 봉사와 헌신으로 청춘을 보냈다. 목회자 부부의 충견이었고 심복이었던 내가 신에게 반항하고 반역한 적이 없었다. 나는 변호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재판은 끝이 나 버렸다. 나는 어쩌면 망상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 수학적 진리를 나만이 알고 확인받고 있다는 듯이. 그래서 사람들 간 손짓과 행동을 신의 응답인 양 남몰래 회심의 미소를 짓고 살아왔던 것 같다. 내 높은 이상향에 비해 내가 처한 현실 속 운명은 시시하고 지루하고 권태로웠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