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들다-
누군가 뱀처럼 내 귀에 속삭였다. ‘너도 조심해 ‘라고. 나는 그것이 시대정신에 적확한 옳은 말이었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다.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있는 에덴동산에서 빠져나가라고.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나에게 가장 이성적인 목소리였다. 나를 구해내기 위해 죽음을 약속받고 내려온 예수의 음성이었는지도 모른다. 필사적으로 전달됐을 그 음성이 악마의 유혹이라 믿었다. 내 믿음의 성을 바벨탑처럼 무너뜨리려는 수작이라고. 결단코 뱀의 꾀에 넘어갈 수 없다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를 높여준 신을 배신할 수는 없다고 나 자신을 다그쳤다. 그리고 내 믿음에 틈이 생겨 신으로부터 버림 받을 것만 같았다.
나는 죄책감 가득한 회개 기도에 집중했다. 그 근처 시기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매일 그 음성에 시달렸고 신과 다퉜다. 신은 도대체 왜 그런 가혹한 짓을 하라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어쩔 수 없는 실수는 사랑으로 격려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받게 될 처벌이 공포스러웠다. 숨어 있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내 삶은 이 집단생활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겁이 났다. 나는 외로웠고 혼란스러웠다. 누구와 상의해 볼 수도 없었다. 겉으로는 매우 평화로운 삶처럼 보였지만 내 인생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얻어터진 것만 같았다.
내가 갖고 있었던 모든 재산은 그들에게 바쳐졌고 내 몫의 빚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그때 나의 사회적 나잇값이라고 해봤자 용돈 벌이 수준이었는데 말이다. 돈에 대한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사용하지도 않은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낯선 곳으로 피난을 떠나야만 하는 참혹함과도 같았다.
나는 매일 무서워 밤마다 울었던 것 같다.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아침이 오는 이 세상에 살고 싶은 생각마저 점점 옅어졌다. 나에게 이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연 신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내가 지은 죄가 너무 커서 신이 나에게 큰 벌칙을 내린 것일까? 온갖 상념 속에서 내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밤만을 기다리며 삶을 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