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이 흐르는 땅-
신은 태초부터 말씀하셨었다. 나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살게 해 주겠다고! 그것도 온 동네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을 수 있도록 떵떵거리는 목소리였었다. 나는 합당한 약속이라 생각했었다. 나는 신과 마음이 합한 자였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다윗이나 된 것처럼 의기양양했었다. 게다가 신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사이처럼 느꼈고 확신했었다. 그 덕분에 나는 신의 음성을 늘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축복의 땅에 꼭 들어가게 될 것이라 믿었었다.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이루게 될 것이라고. 비록 지금은 척박한 땅 위에 서 있지만 곧 나의 운명은 젖과 꿀이 흐르게 될 것이었다. 내 삶은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다. 꼭 무대에서 조명을 받은 것처럼 화려해질 것이고 빛이 날 것이라고 기대했고 희망했다. 사회에서 실패자로 낙인이 찍혔지만 곧 눈부신 삶으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내 노력을 배제한 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오직 신만 믿고 있으면 무조건 메타 버스에 올라타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와 찰떡궁합이었다. 나는 목표를 위한 성실함과 반복 학습에 대한 인내와 구체적 실천을 위한 절제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었으니까. 나는 신이라는 이름표가 걸린 칼과 방패로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언행을 일삼았고 축복이라는 망상에 취해 나 자신을 외면했었다. 나의 모습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을 선택했던 듯싶다. 십계명을 읊듯 끊임없이 나에게 주문을 걸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신은 나와 약속한 적이 없다. 나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감정이 신의 목소리로 둔갑했던 것 같다. 가끔씩 목소리에 대한 경계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은 나와 마음이 같으니까 상관없었다. 나는 분명 가나안 땅에 들어갈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번성하고 번식할 것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축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신은 오로지 축복만을 약속하니까. 그리고 신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을 고민하는 것은 죄라고 속삭였다. 신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은 절대적 권력을 갖고 옳은 판단과 선택하는 신에게 이의 제기란 있을 수 없다. 저항과 반항은 신에게 불순물에 해당한다. 매일 신에게 기도했다. 신이 원하는 대로 빚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