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다행히도 엄마가 나를 찾아 나서 주었다. 가끔 선전지 같은 소식이라도 전해 주었던 나의 발걸음이 뚝 끊겨 버렸기 때문이다. 후에 말하기를 엄마는 악몽 같은 길몽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누군가가 엄마 손을 잡아끌고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생생한 꿈이었단다. 그 꿈에서 엄마는 손을 잡아 끈 낯선 사람이 신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꿈은 반복적으로 꿔졌고 엄마는 나를 생각해 냈고 마침내 찾았다. 나는 안도했지만 엄마는 미웠다. 내 삶을 바다에 빠트린 사람이 엄마인 것만 같았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외면한 것도 엄마인 것이 분명했다. 나의 감정의 불은 미움과 분노가 뒤섞여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엄마가 부채질이라도 한 것처럼 엄마가 등장하면서 감정은 곱절로 퍼져 나갔다. 나는 온갖 설움에 복받쳤지만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죽었던 나사로가 무덤에서 나오는 것처럼 마치 부활의 증인으로서 살기로 작정한 것처럼 거침없었다. 그렇지만 내 몸과 마음은 난도질된 상태였고 심각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의 신앙생활은 줄곧 아팠던 것 같다. 신과 함께했던 시작부터 종료까지 심신 미약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미약함을 강건하고 창대하게 만들어 보고 싶었던 내 욕망은 무참히 깨졌다. 신이 분명 나를 위해 마련한 빛나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착각과 불안이 만들어 낸 망상에 불과했다. 역시 내게는 희망이라는 어울리는 옷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잔잔한 바다에서조차 거친 파도를 견딜 수 있는 의상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됐다. 그리고 신이 줄곧 나에게 말해 왔던 미약함과 창대함은 신과 인간만큼이나 먼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나의 안위와 풍요로움 따위가 신이 말하는 창대함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알지 못했다. 내가 신에게 가장 쓸모없는 인간이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