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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노트 Oct 25. 2024

웃다가 울음이 터졌

어디쯤 서 있는 걸까요

2024.10.24


여느 때와 같이 똑같은 일상이었다.

영상편집을 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운동도 가고, 글도 썼다.


오후 6시쯤이었나 오트밀계란죽을 만들어 먹고, 속이 편안했다. 그 편안한 상태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더, 더 먹자.‘


냉동실을 열었다. 자극적인 거라고는 단호박닭가슴살만두. 3알을 시작으로 2알을 더 먹었다. 뭔가 심심하다. 묵직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배달앱을 켰다.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시키라고 부추기는 말, 이걸 먹는 순간 내일 아침 거울 앞에서 출렁이는 뱃살을 보게 될 거라는 말, 이렇게 스스로 통제를 못해서야 뭘 하겠냐는 말, 와중에 생크림을 먹을지 시키지 말지 고민하는 말. 무시하고 배달을 시켰다. 음식이 오는 동안에도 넣을게 필요했다. 먹다 남은 티라미수쿠키, 일본에서 사 온 과자, 초콜릿을 빠른 속도로 입에 넣었다. 까끌까끌하고 바삭거리는 식감이 재밌다. 달달한 초콜릿, 버터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순간에도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결국 또 먹었구나’


소보루소금빵, 멜론소금빵, 모카소금빵을 한 입씩 먹었다. 이미 위가 터질 듯 부풀어 올라있었다. 위근육이 당기는지 통증이 시작됐다. 계속해서 먹었다. 역류하는 듯 토맛이 올라온다. 더 먹으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빵들은 잘라서 소분해 놓고, 냉동실에 넣어뒀다. 곧바로 운동을 했다. 싸이클을 1시간 정도 타고 씻는 동안 스스로 식욕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내일 아침에 둔한 몸을 볼 자신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 떠오르면서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불을 끄고 누워야겠다.

침대로 가는 내 마음은 무겁다. 무조건 잠이 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어제도 7시간 동안 누워서 생각만 하다가 일어났는데, 오늘도 그러면 어쩌지.

침대에서 가만히 앉아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식이 무서워 ‘

‘잠들기가 무서워’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순간 온몸이 붕 떴고, 모든 생각이 멈추더니 차분해졌다. 눈에서 뜨거운 통로가 생긴 게 느껴진다. 소리만 내면 통로 사이로 물이 쏟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소리를 냈고, 눈물이차 올랐다.


‘저 이제 어떡하죠. 방법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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