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몽골 여행
몽골 여행 중이다. 마음이 변덕을 부린다. 하루에도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는 몽골의 여름 날씨만큼이나 마음에도 아픈 바람이 분다.
칼바람이다. 숨은 사랑은 몽골까지 따라와 여자를 괴롭힌다. 여자는 그와 약속을 했었다. 니나는 출발하기 전 단단히 일러두었었다. 정당한 사랑이 되기 전까지 일체의 친밀감이나 사랑의 표현을 내색하지 말 것을 몇 번이나 당부했었다. 그런 니나였지만 막상 다른 여자와 그가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니나의 당부는 부질없는 짓이었음을 깨닫는다. 바람에 소리 없이 무너지는 모래알 같은 것임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사랑 앞에 자신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깨닫고 있다. 니나는 여행 내내 자신을 추스르는데 온갖 힘을 쏟았다. 친구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안갇힘을 썼다. 그가 다른 여자 앞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 웃음소리는 니나의 귀를 몹시 아프게 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커질 때마다 그녀의 불안은 크기를 따라잡았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이곳은 허허벌판, 몽골이 아니던가. 한국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이나 걸려 당도 한 곳, 북위 41도 동경 87도의 몽골이 아니던가. 울란바토르 중심지에서 여섯 시간이나 떨어진 게르에서도 니나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고, 새벽 두 시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시렸다. 서쪽으로는 카자흐스탄이 버텼고 북쪽에서는 러시아가 버티고 있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도망칠 곳이라곤 그녀들의 무리를 떠나 빠른 걸음으로 게르를 구경하거나 낯선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녀의 사랑은 허허벌판에 불어 닥친 몽골의 바람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 바람은 순간순간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다.
그녀는 사실 그런 마음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수도 없이 헤어지는 연습을 했었다. 숨은 사랑에 가슴 졸이며 자신을 탓했던 적 또한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버젓이 사랑이 꿈틀거리며 색깔 짙은 사랑이 남아있을 줄은 자신도 몰랐다. 여자 특유의 질투심이라고 치부하기엔 아픔이 너무 컸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리 없는 남자는 연신 휴대폰 셔트를 눌러 대며 그녀의 친구들의 사진을 담고 있었다. 니나는 순간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그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걸까?
우리는 간당사원을 방문했다. 간당사원은 몸골의 대표적인 불교유적지이다. 평화가 공존하는 곳, 가장 성스러운 사랑이 펼쳐져있는 곳이다. 그는 그녀를 두고 그녀의 친구들을 에스코트했다. 그의 큰 키와 건강한 남성미는 여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니나가 보기에도 일행들 중에 그는 가장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탄탄한 몸매와 군살 없는 다리는 평상시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즐겨하는 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니나의 친구들 중에 한 명은 그에게 전화번호를 주며 그가 찍어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니나의 마음은 덜컹했다. 진흙 속에 빠진 수레바퀴처럼 그녀의 심장도 멈춰서는 기분이었다.
"전화번호? 아! 어쩌지~"
니나는 감정을 숨겨야만 했다. 잿빛처럼 일그러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바람을 맞았다. 심호흡을 했다. 그에게도 그녀의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여행은 아예 물 건너갔다. 뱃사람들의 미신처럼 항해의 험난함을 예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니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꼈다. 간밤에 보았던 희미한 별처럼 자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