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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후 Nov 01. 2023

미국 유학생이 만드는 한국의 고정관념

나의 행동 하나가 고정관념을 만든다.

한국에서 박사 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 때문에 가장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그럼 내가 장난 삼아하는 말이 "야 너는 같은 한국인이라기도 하지 나는 인종 자체가 달라서 더 힘들어."라고 한다. 한국도 연구실마다 외국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지만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박사생들이 있다. 문제는 가끔씩 짜증 나는 성격과 매너 없는 행동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특정 인종이나 문화가 싫어지게 되는 생각이 들게 만들곤 하는데 매번 마음속으로 개인이 문제인거지 인종과 문화를 싫어하지 말자를 되뇌곤 한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라고 했으나, 솔직히 그 정도의 성인이 아닌지 나에게 매너가 없고 나쁘게 구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미워하는 마음을 줄이고자 최대한 그러한 사람들을 피하는 편이다. 마치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그럼에도 짜증 나게 만드는 사람들은 매번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다가와서 말을 걸곤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 오늘도 아침도 기분 좋게 재즈 음악을 들으며 출근했지만 그러한 친구 덕분에 기분을 다소 망친 날이었다.

예를 들어 특정 중국인 유학 박사생의 경우 내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한다거나 팀 프로젝트 연구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명령조로 자신이 가진 생각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내 의견을 무시하고 친하다는 생각에 물건을 함부로 쓰는 건 이해한다고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면서까지도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는 행동은 보기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발표도 하지 못하니 마치 큰소리만 낼 줄 아는 능력 없고 매너 없는 학생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도 사이가 좋지 않은지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중국 학생들이 그 학생이 말을 걸거나 옆에 앉으면 도망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젊은 꼰대인 나로서는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음으로 능력인데, 이야기할 때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로 나한테 도움을 청하고 내가 말을 끝나기도 전에 본인이 원하는 답을 들었을 때 손사래를 치면서 가버리는 모습은 정말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끔은 상대방으로부터 무례하다고 느낀 감정들이 그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아마 언어 능력이 부족해서 명령조로 밖에 말을 하지 못한다거나, 미국 문화를 몰라서 사람을 밀치고 가거나 말을 끊는 행동들이 무례한 것인지 모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순간순간 짜증이 나고 그 또는 그녀의 행동으로 특정 문화나 국가가 싫어지려고 하는 마음을 다잡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내가 그 사람을 무례하다고 느낀다면 나라나 문화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낀다는 걸 알고 있기에 굳이 내가 화를 낼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들이 자꾸 다가와서 무례하게 굴 때마다 짜증이 나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아무튼 내가 이러한 기분이 들 때마다 느끼는 가장 중요한 점은 나 스스로가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나는 한국인이고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본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 중에서는 다 나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도 안 나오고 유학 준비만 해서 유학을 온 유학생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컴퓨터 공학과임에도 프로그래밍도 전혀 못하고 대화에 있어서 매너가 전혀 없었으며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학생이었다. 자신은 대치동 출신이고 부자라면서 현재 어디에 사는지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던 게 참 웃겼다. 다른 사람의 택배를 훔치거나 내가 산 물건들을 거리낌 없이 쓰라고 말하면 "이미 사용하고 있는데요"라며 자신의 식용유에는 네임펜으로 표시까지 해가며 사용했던 만화나 현대소설에 나올법한 캐릭터를 가진 학생이었다. 부자라면서 돈돈돈을 외치던 학생은 본인이 군대를 못 가서 여유롭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고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라면서 자신의 잘못됨과 문제가 주변 환경과 주변 사람들 때문이라는 말을 항상 달고 살았다. 이 말을 들은 대치동 출신 해병대 동생은 "이름이 뭐냐며 왜 괜히 대치동 평판만 낮추냐고" 뭐라 했고 아마 앞으로 계속 저러고 다닌다면 조만간 실제로 대치동 출신 분들이 화를 내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마음이 안 좋았던 부분은 매번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데려와 놀곤 했는데, 한국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생각을 그들에게 공통된 정보인처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한국 유학생들이 해당 학생을 무례하다고 느낀다면 분명 다른 외국인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고 그 학생이 말해주는 한국에 대한 정보 또한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마음이 아팠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나만큼은 잘하자였다. 내가 주변에 도움을 주고 매너 있고 좋게 행동한다면 한국에 대해 나쁜 고정관념을 가졌던 친구들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앞서 말한 특정 중국 유학생이나 한국 유학생 사례만 보면 나조차도 충분히 편견과 고정관념이 생길 거 같았다. 하지만 내 주변에 정말 좋은 중국 친구들이 있고 좋은 한국 유학생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특정 문화나 국가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생기질 않는다. 가끔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현지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이 먼저 말할 때가 있는데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의 행동 하나가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의 행동과 마음가짐으로 하여금 다른 한국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으로 돌아갔으면 싶은 마음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사실 짜증 나는 마음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러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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