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숲 속

by 대서양

비 오는 숲 속. 자욱한 안개 속에서 흙냄새가 강렬하게 콧속을 적신다. 숲속의 공기는 나무들이 내뿜는 눅진한 습기로 밀도감 있게 채워진다. 발걸음을 옮김에 따라 질퍽거리며 푹신대는 흙의 질감에 신발과 토양의 경계가 위태롭다. 갑작스레 신발에 구멍이 뚫리고 그 틈에 흙이 내 발에 축축함을 박아넣을 것 같다. 비 내리는 숲 속. 빗물은 무수하다. 그 영원함에 내 옷이고 신발이며 머리까지 싸그리 씻겨나갈 것 같다. 떨리는 우산 한 자루에 의지하여 나는 이 숲속을 걸어간다. 우산이고 신발이고, 숲의 음기에 제대로 버티기도 힘들어한다. 영속하는 숲은 나를 숲의 일부로 만드려 한다. 비 내리는 숲과, 숲 속의 나. 나는 떨어지는 빗방울과 숲의 향취에 나와 숲을 구분하기 점차 어려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캔터베리 대주교와 포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