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울려 퍼진 감동의 선율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의 내한공연, 그 특별한 첫 공연의 막이 올랐다. 광복 80주년 기념 초청공연이라는 의미 깊은 무대 위에서 펼쳐진 이날의 연주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문화적 교감의 순간이었다.
몇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이 합창단의 지휘자가 서울예고 대선배님이셨기에 더욱 관심도 가고 신혼여행을 스페인으로 다녀온 후 즐거운 추억들이 쌓여 있어서인지 스페인하면 행복의 순간들이 오버랩된다.
SNS를 통해 전해지는 이 합창단의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그 진심이 과연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구현될까, 가슴 설레는 기대감으로 자리에 앉았다.
## 1부: 스페인의 정열이 깃든 화려한 서막
공연의 서막을 연 1부는 스페인의 곡들로 구성되었다. 첫 곡부터 등장한 유려한 캐스터네츠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다이나믹하고 리드미컬한 캐스터네츠 소리가 합창단의 화음과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조화는 마치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과 정열적인 플라멩코 춤을 연상시켰다.
스페인 합창단이 부르는 스페인 노래들에는 그들만이 가진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여유로움 속에 숨겨진 폭발적인 열정, 절제된 표현 뒤에 감춰진 강렬한 파워. 이는 단순히 기교적인 완성도를 넘어서 그들의 DNA에 새겨진 음악적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들이었다.
서울예고 대선배님이신 임재식 지휘자님을 처음 뵈었지만, 그분의 지휘 모습을 보는 순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단원들과의 완벽한 호흡,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지휘,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SNS를 통해 느꼈던 그분의 음악적 진정성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것을 보며, 진정한 음악가란 이런 분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나들며 두 나라의 음악적 교감을 이끌어내는 그분의 모습에서 진정한 음악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2부: 한국 정서를 노래하는 기적 같은 하모니
진정한 감동은 2부에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정서를 노래하는 세계 유일의 외국인 합창단'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산 너머 남촌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남촌'을 부르는 순간 무언가 뭉클함이 몰려왔다.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된 2부는 관객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향수와 그리움의 세계로 이끌었다.
솔로의 무대들을 통해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의 개인들의 음악성과 역랑을 알 수 있었다.
'내 맘의 강물'은 나도 수없이 반주했던 곡 중 한 곡이어서 표현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솔로를 담당한 Jose Dario Cano는 한국의 그 어떠한 성악가보다도 감성적이고 호소력있는 섬세한 표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그의 한국어 딕션에 감탄했다.
'그리운 금강산'에서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 소프라노 Solange Aroca의 호소력있고 짙은 감성의 음성을 통해 더욱 애절하게 전달되었다.
스페인 사람이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을 듣는 것도 신기하고, 그 노래를 듣는 한국인들이 마음에 감동을 받아 눈시울을 붉히는 이 상황이 참 신기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서 들려온 소프라노 Elsa의 깊은 위로의 메시지는 푸시킨의 시와 김효근 선생님의 깊이 있는 곡의 울림이 나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서양인들이 부르는 우리의 노래가 진실되고 간절하게 들리고 감동적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완벽한 예술적 완성도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한국어 딕션의 완벽함이었다. 자음과 모음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발음되어 전달되는 가사들은 마치 한국인 합창단의 연주를 듣는 것만 같았다. 거기에 그들만의 독특한 음색과 표현력은 우리가 알던 한국 가곡에 또디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감정의 기복과 다이내믹의 변화, 섬세한 뉘앙스까지 놓치지 않는 음악적 표현력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예술혼의 발현이었다. 각 곡마다 담긴 서로 다른 정서와 메시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관객에게 전달하는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날의 공연은 단순히 '잘 들었다'는 차원을 넘어선 깊은 감동과 전율의 연속이었다. 스페인에서 온 합창단이 부르는 우리 가곡을 들으며, 음악이라는 언어가 가진 초월적 힘을 새롭게 깨달았다. 국경도, 언어도, 문화도 뛰어넘는 순수한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특히 광복 8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이러한 공연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더욱 의미 깊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리움, 희망을 외국인들이 이토록 진심으로 노래해주는 모습에서 진정한 문화적 소통의 가능성을 보았다.
8월 말까지 이어질 전국 순회공연들이 모두 이날과 같은 감동을 선사하며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재식 지휘자님과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의 모든 단원들이 건강하게, 그리고 변함없는 열정으로 남은 공연들을 성공적으로 완주하시길 기원한다.
이들의 연주를 통해 우리 가곡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사랑받게 되고, 또한 음악을 통한 국가 간 문화 교류의 아름다운 모델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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