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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아 Feb 05. 2024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스

유럽 학자들이 고대그리스를 소개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지금의 그리스와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현대 그리스가 고대그리스의 전통을 독점하는 것이 아주 불만스러운 것 같다. 

사실 그리스공화국 즉 현대 그리스의 현대사는 부끄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위대한 민족, 허약한 국가’라는 이웃 국가들의 생각도 나무라기 어렵다. 


1974년 그리스가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고자 했을 때 다른 국가들은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리스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세금 수입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그룹에 끼워주기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대통령 지스카르 데스텡이 나섰다. 잊지 말자.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없었으면 우리 유럽인도 없었다. 

왕정을 폐지하고 새로 수립된 그리스공화국의 대통령과 각별하게 친분이 있었던 그는 

그리스를 받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독일이 동의했다. 


가입 후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그리스는 건설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 투자해 경제가 크게 도약했다. 

급료가 오르고 사람들이 행복해했다. 

그리스 정부는 도취된 나머지 갑자기 들어온 돈을 함부로 썼다. 

독일이 생산한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샀고 정치인들은 돈을 나누어 가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 빌린 돈이라는 것을 사실을 잊었다. 그러나 빚이란 늘 ‘눈 덩이처럼’ 불어난다. 


1992년 시작된 ‘유로존’에 그리스는 빠져 있었다. 

그리스가 들어오고 싶어 했을 때 이웃 유럽 나라들은 또다시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빚이 너무 많았다. 기준 미달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빠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분식 회계'를 했다.  적자를 감추기 위해 '화장'을 한 것이다. 

유로존에 들어갔다. 첫 5년간은 괜찮았지만 경제가 침체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2009년 그리스 정부는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 해결을 의뢰했다. 

엄청난 비용과 늘어난 상환 이자가 남았다. 유로존 전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유로존에서 내보내야 하나? 그리스의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그래도 그리스는 탈퇴하지 않았다. 독일을 위시한 가입국들이 보조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사실 독일은 그리스가 함부로 돈을 썼기 때문에 부자가 되고 유럽의 대들보가 되었다. 

일부 책임을 지는 것도 그들이 늘 양심적이라는 말을 듣는 데 도움 될 것이다. 


그리스는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를 별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이 

나름대로 자족하며 행복할 수 있는 나라였다. 

국민총생산의 25%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만 잘 꾸려 나가도 괜찮았을 것이다. 

인구가 천만 명인데, 2019년 그리스를 찾은 관광객의 수는 3천3백만이었다. 


조상들이 너무나도 탁월했던 나머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다른 유럽인들이 기꺼이 와서 감탄하고 연구해 주고 관광해 준다. 

민주주의가 태어난 아고라 광장 한가운데로 기차 길을 깔아도 

여러 나라 고고학자들은 불평하지 않고 발굴을 진행한다. 


지중해 키클라데스 제도에 햇살이 넘치는 아름다운 섬들도 있지 않은가? 

절벽 위에 바다 빛 푸른 지붕을 얹고 눈부신 흰색 벽으로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산토리니 섬은 광고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몰려온다. 

돈 많은 나라들과 어울리려고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 대가는 실업률 30%, 실업자의 80%가 30세 이하라는 지옥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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